
폭설
KPC 정주연 PC 권현민
오랜만에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두 사람은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즐겁기만한 여행은 이제 마지막으로 꼭 올라보고 싶었던 산행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맑은 공기와 경이로운 자연의 풍경은 당신의 마음까지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둘은 어쩌다보니 조금 늦은 시각까지 정상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산길은 복잡하지 않으니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고 두 사람은 난데없는 폭설에 발이 묶이고 말았습니다.
산은 아직 반도 내려가지 못했는데 하늘은 깜깜해지고, 손전등을 켜봤자 새하얗게 시야를 가로막는 눈 때문에 길을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맑음이라던 일기예보를 믿은 게 잘못이었을까요.
둘은 결국 허벅지까지 푹푹 꺼지는 폭설에 길을 잃었습니다.
눈 앞이 깜깜해지고 날은 점점 추워져 이대로는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피할 곳을 찾아 헤매던 두 사람은 낡고 오래된 오두막집 한 채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힘겹게 폭설을 헤쳐 낡은 오두막집 앞에 섰습니다.
거칠게 삐걱거리는 천장의 소리가 조금 불안합니다만, 하루 정도야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주연이 당신의 어깨 위에 쌓인 눈을 툭툭 털어내 줍니다.
역시 이런 산 속의 오두막집에 사람이 살리는 없겠죠.
아무런 반응이 없어 문고리를 돌려보자, 어라. 너무 쉽게 돌아갑니다.
얼어죽을 거 같은 눈보라를 피하는 게 우선입니다.
권현민:(맘대로 들어가도 되나? 고민하다가 일단 추우니까 조심조심 들어가봄 후다닥)
그 순간, 시야가 일그러지듯 핑하고 현기증이 돌았습니다.
갑자기 눈이 몰아치지 않는 곳에 들어서서 그런 걸까요?
오두막집은 낡긴 했지만 눈과 바람을 막아주니 확실히 조금 몸을 녹여주긴 하네요.
현관문을 닫자 밖에서 미친듯이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이런 날씨에 도로 나갔다간 그대로 냉동인간이 되겠죠.
정주연:..눈보라가 그칠 때까지만 여기서 지내요.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
권현민:그… 아니에요! 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창밖 힐끔 봤다가 내부 둘러봄) 그래도 눈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곳이 집 안이라지만, 불을 피워 몸을 데울 필요가 있습니다.
정주연:역시 그래야겠죠. (뜸 들이며 눈을 굴린다.) 춥진 않으십니까? 벽난로가 있을 겁니다. 아마...
북유럽풍으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집의 내부가 보입니다.
한쪽 벽에는 창문들이 나있고, 낡고 먼지 쌓인 벽난로와 커다란 괘종시계, 탁자, 탁자 주위에 둘러진 의자. ..그리고 나무로 된 문이 네 개 보입니다.
문은 아무런 장식이 없이 그 위로 작은 색깔 패가 붙어있으며, 오른쪽에 둘, 왼쪽에 하나, 현관의 맞은편에 하나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나는 곳은 아니네요.
권현민:…! (벽난로 보러감) 여기에 벽난로가 있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정주연:외진 곳이니 난방 시설이 제대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느릿하게 따라간다.)
장작을 집어넣어 불을 뗄 수 있는 벽난로 입니다.
한쪽에는 낡고 오래된 토치가 놓여있어, 타는 물건을 집어 넣고 불을 붙인다면 따뜻한 열기로 몸을 녹일 수 있습니다.
권현민:(순간 등산을 그렇게 많이 다니시는 건가 생각했음) 토치가 있네요. 뭐, 뭔가 태울만한 게 있을까요? 여기에…… (있는 걸 마음대로 태우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정주연:주인 분에겐 죄송하지만, 탁자나 의자 같은 걸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장작을 구비해둔 곳이 있을 겁니다. 벽난로를 사용하는 집이니까요... ...
권현민:탁자나 의자를 사용하긴 너무 죄송한걸요. 다른 건 없나 우선 좀 찾아봐야겠네요… (시계 한번만 보자 몇시지?)
커다란 괘종시계 입니다. 높이는 약 180cm 정도로, 웬만한 사람 키보다 커보입니다.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헤헤)
이 오두막의 대부분이 방치되어 있는데, 시계만 멀쩡히 움직이니 조금 이상하네요.
권현민:…… (시계보다가 갑자기 심란해짐 진짜로 해질 때까지 못 내려간다면? 장작을 못 찾는다면? 만약 밤에 너무 춥다면?? 101가지 나쁜 상황 생각 중)
당신은 문득 심란합니다. 이제 해가 질 시각이죠.
평소라면 기운 내 이리저리 나섰을 주연도 왠지 잠잠하기만 합니다.
나쁜 생각이 겹겹이 쌓이고, 오두막 안은 냉랭합니다.
권현민:(젼씨 걱정돼서 힐끔 힐끔 보다가 탁자 살피러감)
양 옆으로 의자 두 개가 놓여있고 낡은 식탁보가 깔려있습니다.
의자는 그냥 나무로 만들어져 있을 뿐,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권현민:(위에 종이라도 널려있을 줄 알았는데ㅠ 괜히 식탁보 한번 들춰봄 여차하면 이걸…)
(의자도 한번 보다)
테이블보를 들춰보면 나무 탁자와 테이블보 사이, 무언가 작게 접혀 끼워져 있습니다.
꺼내 살피면, 외국어로 글씨가 쓰여져 있습니다.
권현민:외국어 Roll기준치: | 21/10/4 |
굴림: | 1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헐 ㅁㅊ)
[샛별이 지는 방향에 빨간색, 용의 자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감.]
당신이 힐끔힐끔 살핀 주연은 벽시계 앞에 서서 멍하니 시곗바늘을 보고만 있습니다.
권현민:(일단 쪽지 챙김챙김 글고 젼씨 옆으로 감) 왜 그러세요…?
정주연:(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레 옆을 돌아보고 습관적으로 입꼬리 올려 웃어준다.) 아무 일 없습니다. 땔감은 찾으셨습니까?
권현민:…아, 아뇨! 아직…! 이런 게 있어서 보고 있었어요… (쪽지 손에 쥐여주고 후다닥 붉은패 달린 방 보러감 빨리 뗄감을 찾아야겠다)
빨간 패가 붙은 문은 손잡이가 달려있지만 잠겨있습니다.
열쇠가 걸린 모양인지 문고리를 돌려보아도 달칵거리기만 합니다.
문고리 밑을 잘 살펴보면 숫자를 돌려 맞추는 자물쇠가 걸려있습니다.
권현민:(문은 잠겨 있는 게 보통인데 현관문이 열려있어서 왠지 다 열려 있을 거라고 생각함 포기하고 푸른 패가 붙은 문을 열어본다면!?)
그렇습니다. 보통 집안의 문은 열려있는 편이죠!
커튼이 쳐져있는 욕조와, 좌변기, 낡은 세면대, 그리고 헤진 슬리퍼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습니다.
화장실은 불이 들어오지 않고 창문이 없어 아주 깜깜한 상태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위화감이 드는 건 길게 늘어진 커튼과 욕조입니다.
권현민:심리학기준치: | 45/22/9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권현민:(띠발 젼씨가 조금 멍할수잇지 그래 부르자 왜냐면 무서우니까)
권현민:저, 저기… 주연 씨…… (슬금 가까이 와서 되게 개미만 한 목소리로 말 검)
정주연:(받은 쪽지를 손에 구겨질 만큼 쥐고서 서 있다. 놀라는 기색 없이 얼굴을 살핀다.) 괜찮으세요?
권현민:(쪽지 구겨져서 오히려 이쪽이 놀람) 네? 아, 네…! …… 그런데 저기, 화장실이 좀 어두워서… 죄, 죄송하지만 같이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정주연:아, 많이 어둡겠습니다. 제가 따라갈게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가 화장실로 곧장 향한다.) 휴대폰 불빛이 있으면 편하겠죠.. 제 건 배터리가 닳아 쓸 수가 없어요.
권현민:감사해요, 시계도 잘 움직이고 있길래 불이 안 들어올 줄은 몰랐어요… (같이 시계 흘끔 보고 핸드폰 열어봄 아직 배터리가 있나?)
다행히 배터리가 반 정도 남아 있습니다. 플래시 라이트 기능을 쓰면 어두운 곳을 살펴보기 용이하겠습니다.
정주연:시간 만큼은 잘 알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권현민:그, 그러네요… 배터리도 아직 남아있어서 다행이에요. (아 핸드폰 있으면 핸드폰으로 시간 볼 걸 핸드폰의 시간은?)
현재 시각은 8시 5분으로, 벽시계와 일치합니다.
상단바에는 통화권 이탈이라는 아이콘이 표시되고 있습니다.
권현민:(통화권 이탈로 확인사살 당하고 플래시 켜서 화장실로 가봄!)
화장실 거울은 깨져있어 사용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커튼은 한 눈에 보기에도 뭔가 지저분하게 묻어있는 게 보이고, 그 뒤에 가려진 욕조는 커튼 밑으로 뭔가 흘러넘쳐 묻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권현민:(척 보기에도 불길한데) 커튼을… 걷어볼까요?
정주연:...커튼 안쪽이 궁금하십니까?.. (가만 내려다본다.)
권현민:…… 아, 아니에요… (나 쫄) 화장실이 있으면 주방도 있지 않을까요? 그럼 주방의 수도는 얼어있지 않을지도……
권현민:(화장실에서 나가려다가 거울이 눈에 걸림) 이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정주연:누군가 이 오두막에 들렀다가 화풀이를 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유리 조각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현민 씨. ... (시선을 들어 거울을 보다가 커튼 쪽으로 곧장 움직인다.)
드러난 욕조에 새까맣게 썩은 내가 나는 액체가 반이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욕조 벽면에는 액체가 마르면서 눌러붙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역한 냄새와 기분 나쁜 액체에 비위가 상합니다.
권현민:SAN Roll기준치: | 40/20/8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주연이 그 광경을 살피다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제 머리를 감싸고 중얼거립니다.
정주연:... ...끔찍해. ...끔찍해요.. ...그만, 그만 보고 싶어... ....
권현민:(갑자기 커튼 걷길래 놀라서 주춤거리다가 옆에서 어물거림) 주연 씨… 괘, 괜찮으세요…? (팔 잡아끌었음) 일단 나가요, 네?
정주연:미,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그런데, 확인하지 않으면 제가, ... ... (여전히 작게 중얼대며 힘없이 끌린다.) 무서우시죠. 죄송합니다.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 ...
권현민:(일단 나와서 문 닫아두고) 저, 보고싶지 않으면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죄송해요, 제가 주연 씨에게 괜히 부탁을 해서……
정주연:괜한 부탁이라뇨. 아닙니다. 제가 이상했습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망연히 나무 바닥을 응시한다.) ..저, 저한테 부탁하셔야 합니다. (눈을 일그러뜨리며 네 쪽을 바라본다.) .... ...저한테 꼭 말씀하세요. 예?
... ...잠시 쉴까요?
권현민:(당황해서 입만 벙긋거리다가 말을 삼킨다. 달래드리면 좋겠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분명 주연 씨에게 그런 말을 많이 들은 것 같은데……)
네…… 너무 걱정 마세요, 꼭 말씀드릴게요… (잠깐 손을 쥐어봤다가) 이, 일단 쉬고 계실래요? 저는 다른 방을 좀 보고 올게요…
정주연:(버석한 입을 꾹 다물었다가 다시금 연다. 차분해진 반면 착잡한 감정을 숨기지도 못한 채.) ... 어디로 가시려고... ...
권현민:바,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 거예요…! 이쪽 옆방이요, 아무래도 탁자나 의자를 태우기는 좀, 그래서… 아직 한기가 돌기도 하고…… 춥지 않으세요? (조심히 손끝을 만져본다)
정주연:전혀요. 현민 씨가 추울까봐 걱정이 돼서... (띄엄띄엄 문장이 끊긴다. 약한 힘으로 상대의 손을 제 손가락으로 감싼다.) 부끄럽지만 겁을 많이 먹었었나 봅니다. (초연한 낯으로 웃는다.) 조금만 생각 정리를 하고... ... 다시 따라가도 될까요?
권현민:저, 저는… (습관적으로 괜찮다는 말을 얼버무리려다가 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져 자세가 움츠러든다.) 불을 피우면 금방 훈훈해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넓지 않으니까…… 네, 천천히 생각하셔도 괜찮아요. 저… 그럼 금방 보고 올게요. (천천히 손을 빼내다가 다시 붙잡고는) 혹, 혹시 말없이 어디 가시면 안 돼요…!
정주연: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밖은 폭설이 내리잖아요. 걱정 마십쇼. ... (시계를 흘긋 본다.)
권현민:(왠지 계속 마음에 걸려 한참 보다가… 노란색 문패가 달린 방으로 가본다)
당신은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노란 문패가 달린 방으로 갑니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수월하게 열리며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습니다.
권현민:(빠르게 보고 나올 요량으로 조심조심 들어가 본다! 좀 무섭긴 하지만)
당신이 조심조심 들어가려 하면 강한 힘이 팔을 잡아채 밖으로 잡아당깁니다.
뒤 돌아보면 주연이 급히 당신에게로 와 팔을 붙잡고 있습니다.
권현민:(깜짝 놀라서 돌아봄) 왜, 왜 그러세요…?
정주연:... (아직 팔을 놓지 않은 채로 시선을 바닥에 둔다.) ...느낌이 별로 안 좋습니다. .... (어느 정도의 판단 후에 놓아준다.) 갑자기 잡아서 미안해요.
권현민:그런…가요? (의기소침해져서 문에서 한걸음 물러남) 하긴 그렇죠? 화장실에서 이미 이상한 걸 봤는데,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것도… 다른 방에는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노란 패가 붙은 문 턱 앞에 무언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자연스레 위를 올려다보면, 머리 위 위치에 식칼이 매달려 있습니다.
정주연:예. 혹시 모르니까요. ...현민 씨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 (애써 웃는다.) 무서우시다면 계속 따라다니겠습니다.
권현민:(식칼을 보고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가 반사적으로 물러난다. 안색이 나빠지더니 천천히 제자리에 웅크려앉아서 한동안 숨을 몰아쉰다.) 주연 씨, 저, 갑자기 말을 바꿔서 정말 죄송해요… 같이, 같이 있어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드릴게요……
정주연:... (몸을 낮추고 등을 천천히 토닥인다.)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옆에 있잖아요. 안심하세요.
주연은 당신이 문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합니다.
얇은 실을 잡아당기며 재빠르게 몸을 뒤로 빼냅니다. 콱! 날카로운 식칼이 자비없이 문간에 박힙니다.
정주연:이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네 쪽으로 돌아와 몸을 숙이고 눈높이를 맞춘다.) 현민 씨, 움직일 수 있겠어요? 괜찮으세요?
권현민:(아연한 표정으로 문간에 박힌 식칼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시선을 맞춘다.) 다, 다치시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숨을 깊게 내쉬고 바닥을 짚어 일어난다.) 들어가시려고요?
정주연:아, 이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고, 다치지도 않았으니까... (의무적으로 설명하듯 줄줄 늘어놓다가) 현민 씨가 살펴보고 싶던 방 아니었습니까. 같이 있어주기로 했으니까요. 계속 여기에 있을까요?..
권현민:괜찮을까요?… 또 위험한 게 있으면 어쩌죠? (걱정되는지 빤히 보다가) 주, 주연 씨는 괜찮으시겠어요?
정주연:아마... ...괜찮을 겁니다. 만약 더 있다 하더라도 현민 씨는 다치지 않을 거예요. (시계를 살핀다.) 저는 쭉 괜찮았는걸요.
권현민:무섭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주연 씨가 다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나오기로 해요. 그러면 되겠죠? (시선이 따라간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 그런데 시계에 뭐라도 있나요?
정주연:(고개를 끄덕인다. 일순 정적이 흐른다.) ... ...배터리가 닳아서 시간을 확인할 수단이 없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확인해야, 그나마 안전할 거고...
권현민:심리학기준치: | 45/22/9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는 멍하니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합니다.
권현민:12시요…? 음, 시간이 많이 신경 쓰이시면 제 핸드폰 주연 씨가 가지고 계셔도 괜찮아요.
정주연:네? (눈을 크게 뜨고 네 쪽을 보았다가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괜찮아요.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온 말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권현민:저도 괜찮아서 드린 말씀이에요, 부담 갖지 않으셔도…… 나,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 우선은… 들어가 볼까요?
정주연:... ... (노란 패가 달린 문 안으로 앞장 서 들어간다.)
안에 들어가보면 2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식탁, 낡은 난로가 보입니다.
창문이나 나무로 된 벽에는 오래된 쪽지나 말라붙은 덩굴이 있는 화분 등이 있고, 천장에 달린 작은 전등은 불이 켜지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먼지 냄새가 나고 낡고 오래되어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
권현민:(괜히 전등 스위치 몇 번 더 만져보다가) 아, 난로가 있네요…! 오래된 것 같기는 해도요… (조심조심 가서 난로 켜지나 봄)
난로를 켜보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잠깐 나지만 작동되지는 않습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주방으로 향하는 문이 보입니다.
권현민:(…점 무서워서 천천히 가봄) 안쪽에 문이 있네요. 주방으로 이어지나 봐요, 물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정주연:아, ...가방에 챙겨온 물이 조금 남아있습니다. 많이 목 마르시면 말씀해주세요. (따라 움직이다 이번에도 앞장섰다.)
주연은 주저없이 문고리를 붙잡고 주방으로 향하는 문을 엽니다.
손잡이를 돌리면 낡은 문소리가 나며 열립니다.
주방에 들어가면 먼지 쌓인 찬장과 장식장, 조리대, 낡은 구식 스토브가 보입니다.
냉장고는 없고, 뒤로 나가는 문이 있지만 눈 때문에 막혀 열리지 않습니다.
스토브는 아래에 불을 때워 사용하는 식으로, 열어보면 장작을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권현민:(앞장서는 거 보고 놀라서 후다닥 따라감) 사람이 자주 오지는 않나 봐요, 여기저기에 먼지가… (찬장 열어봄)
권현민:아닌가…? (킁… 암거나 하나 집어서 냄새 맡아봄) 생각보다 뭐가 많네요…
권현민:…… (재채기하고 머쓱해서 후추 도로 이쁘게 넣어놨음)
장식장을 열어보면 다양한 식기들이 들어있습니다.
은으로 된 잔, 접시, 나무로 된 접시, 컵, 양철로 된 냄비와 같은 것들 입니다.
전부 먼지가 쌓여있지만 상태는 썩 나쁘지 않습니다.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근처에 있는 나무 잔을 살피니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집어들어 안쪽을 살피면, 가로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권현민:(깨져서 금이 간 건가? 누가 칠한 건가? 만져봄)
권현민:…? (괜히 불빛에도 비춰보고 뒤집어 보고 열심히 봐봄 뭐지? 누가 컵 안쪽을 장식해? 의아)
권현민:(왼손에 은잔 오른손에 나무잔 들고 잠깐 멍텅하게 서있다가 둘 다 정리해서 넣어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주연:..전부 둘러보셨습니까? 특별한 건 없고요.
권현민:(잠깐 고민함 컵에 선이 그어져 있는 게 특별할까?) 네? 음…… …여, 여기에 이런 것밖에… (잠깐 컵 꺼내서 보여주고 넣어놓다)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
정주연:.. (컵을 잠시 보았다가 곧장 시선을 돌린다.) 혹시 모르니 기억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권현민:네…! 잠긴 방을 빼면 하나가 남았네요. (쪼르르 왔던 길 돌아감)
약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땔감도 찾지 못했고, 구조대도 오지 않았습니다.
권현민:(초록색 문패 붙은 방 가리킴) ……여기를 살펴보고도 땔감을 찾지 못하면… 의자를… 쓸까요? 너무 죄송한 일이지만……
정주연:(안색을 살핀다.) ...음, 현민 씨 생각이 그렇다면 방부터 먼저 살펴봐요. (제 목도리를 풀어 네 목에 둘둘 매준다.)
권현민:(쫌 놀라서 뻣뻣해졌다가 힐끔 봄) 가, 감사해요…… 주연 씨는 괜찮으세요?
정주연:괜찮습니다. 진작 해드렸어야 했는데... (문을 본다.)
초록패가 붙은 문은 안쪽에서 걸쇠가 걸린 듯 열리지 않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문 옆에는 손바닥만한 작은 접시가 벽에 ㄴ모양으로 붙어있습니다.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안된줄 아)
권현민:…! (갑작 주방으로 다시 돌아가서 소금이랑 나무로 된 컵 챙김)
권현민:음… (소금이랑 컵을 접시 위에 얹어본다)
권현민:지능기준치: | 50/25/10 |
굴림: | 51 |
판정결과: | 실패 |
(행행행ㅎ깎)
접시 위에 정확한 무게를 맞춰 올리면, 문이 열리는 구조의 저울인가 봅니다.
권현민:(아! 컵에 선만큼 소금을 따라서 얹기)
권현민:… (울상으로 젼씨 돌아봄) 혹시 가운데에 옐로우 때문일까요? 이건 뭘까요…?
정주연:(멀뚱 구경하고만 있다가 쉽게 입이 열린다.) 소금만 접시 위에 붓는 건 어떻습니까?
권현민:그, 그런 걸까요…!? (후다닥 해봄 기대에 찬 눈빛으로)
기대에 차 소금을 접시 위에 정확히 올리면, 철컥, 하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권현민:(소금통 들고 좋아함) 덕분에 열렸어요, 감사해요…! (기웃…) 들어가 봐도 될까요?
정주연:예. 정석대로 열었으니 괜찮을 거예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어질러진 책상과 1인용 낡은 침대, 바닥에 잔뜩 널려있는 종이들이 눈에 보입니다.
또 문 옆에 있는 저울의 반대쪽, 그러니까 안쪽 벽에는 오래되어 먼지 쌓인 물체가 붙어있습니다.
바닥에 널린 종이들은 두꺼운 선들이 그어져 있습니다.
권현민:(홀린듯이 바닥에 있는 종이 하나씩 주워서 모음 이따가 맞춰봐야지)
(낡은 침대를 본다) 의외로 1인용이네요…
낡은 침대는 먼지가 쌓여있습니다. 당장 눕기엔 상당히 불편하겠군요.
이불 아래에는 무언가 쌓여있는 것처럼 살짝 불룩합니다.
정주연:.. (답 없이 두리번거리다) 현민 씨, 여기 장작이 있습니다. (책상을 가리키며 부른다.)
권현민:(부르는 대로 쪼르르 가까이 감) 장작이 있나요? 의자는 안 써도 괜찮게 됐네요… (약간 안도의 한숨 쉬고 책상 봄)
책상 위에는 온갖 종이와 필기구, 그리고 잡동사니들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습니다.
의미 없는 낙서가 쓰여진 종이들, 깎아내다 만 나무 장작과 조각칼, 자잘한 부스러기 등으로 지저분합니다.
깎지 않은 커다란 나무장작들은 책상 옆에 먼지와 함께 쌓여있습니다.
권현민:진짜네요…! (장작 보고 좋아하다가 눈에 걸려서 스르륵 서랍 열어봄)
서랍을 열어보면 손바닥만한 것부터 팔뚝만한 크기까지 다양한 조각상이 들어있습니다.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놔 마우스가 ㅈㅅ해요)
잘 살펴보니 조각들은 모두 한 사람을 조각해 두었습니다.
조각상의 바닥에는 [AEGLE, 1019] 라고 쓰여 있네요.
권현민:음…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설마 1019개째 조각인 건 아니겠죠…?
정주연:(장작을 몇 개 챙겨든다.) 1019개째... ...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권현민:설마 조각을 1019개나 했을까 싶어서요… 아, 혹시 잠겨있는 방의 비밀번호일까요? 4자리 숫자였던 것 같은데…… (곰곰곰)
정주연:빨간 문패가 붙은 방 말이죠? 바로 가봐요. (서둘러 움직인다.)
권현민:네…! (방에서 나가기 전에 장작 이만큼 안고 나옴 난로 켤것.)
권현민:(네! 장작 넣고 토치로 불 붙임 따땃해져라)
벽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붙이면, 따뜻한 훈기가 주변을 감쌉니다.
권현민:(불 가까이서 잠깐 손 녹이다가 젼씨한테 목도리도 돌려주고 붉은색 문패 있는 방으로 감 후다닥)
낡은 책과 종이냄새가 풍겨옵니다. 아무래도 서재인가 봅니다.
문이 열리자 주연이 성큼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권현민:(놀라서 후다닥 따라감) 의외네요, 서재라니…
한쪽에 난 창문 밖에는 여전히 눈보라가 불고 있고, 먼지 쌓인 책장들 위로 쳐진 거미줄도 보입니다.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누군가 왔다 갔던 것처럼 바닥의 쌓인 먼지에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흔적은 막다른 벽을 덮고 있는 가장 안쪽의 책장 앞으로 이어집니다.
권현민:(갸웃거리다가 가장 안쪽 책장 빤히 봄)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책장이 묘하게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고 느낍니다.
권현민:민첩기준치: | 50/25/10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아 실화냐)
당신의 좌측에 있던 책장이 기우뚱 기울어지더니, 당신에게로 엎어집니다.
권현민:건강기준치: | 50/25/10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건강기준치: | 50/25/10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ㅋ)
다리가 아예 부러져,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주연:..현민 씨! (다른 책장에 있다가 다급히 뛰어온다.) 괜찮으십니까?
현민 씨, 다리가, ... .... (인상을 쓰곤 책장을 일으키려 한다.) 왜 이런 일이...?...
주연이 달려와 책장을 일으키려고 하며 상황을 수습합니다.
깔린 다리는 몹시 아프고,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어정쩡히 노트를 들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하나요?
권현민:(노트를 들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숙인다. 안 그래도 조난 당한 상황에 다리까지 다치다니, 정말 어떻게 돌아가지…… 눈물이 날 것 같아 눈가를 문지르고 괜히 거짓말을 했다.) 괜찮을 거예요…… (다친 다리를 보기가 무서워 쥐고 있던 노트를 펼쳤다.)
정주연:...죄송합니다.
저, 저는..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봐서, ... ... (어쩔 줄 모르고 제 입술을 깨물다가 네 손에 들린 노트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 ...현민 씨, 그건... ..?
노트를 펼치면, 앞 쪽의 열댓 페이지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이나 문장들이 적혀있습니다.
이 페이지들은 아주 낡아있고, 뒤에 쓰여진 페이지들과 비교하면 위화감이 들만큼 다른 느낌입니다.
중간에는 페이지가 찢긴 부분이 있습니다. 이후로 이어지는 글은 당신이 읽을 수 있는 언어입니다.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십알 왜자꾸 두번씩 눌리는지)
(나다이스돼지야)
일기는 단 두 페이지만을 남기고 끊겨 있습니다.
정주연:.. ...그건, ... ...그 노트를 발견한 건 처음이에요. (헛웃음을 터트린다.) ....
12시. 자정이 되면 시계로부터 종소리가 울립니다.
권현민:주, 주연 씨… 이 노트에 적힌 게 진짜예요? 여기서 나갈 수 없는 것처럼 읽히는데…… 아니죠? 네?
정주연:....당신에게 다시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크게 일그러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책장을 꽉 쥐던 손을 놓고 제 얼굴을 감싼다. 흐느끼며 고해한다.) 제가,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드릴게요. ...무서워하지 말아주세요. 괜찮습니다. 다, 다리는.. ...다리는 어떡하죠. 현민 씨, 제가 방심했어요. 전부 겪어봤다고 자만해서, 다치게 하고 말았습니다. ...미안해요. 많이 아프, 십니까.. ...
권현민:제, 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나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죄송해요, 이런 이야기 하지 않을게요. 울지 마세요… 저는…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어물거리다가 노트만 고쳐쥐고 무너진 책장으로 눈을 돌린다.) 저, 저… 이래서는 방해만 되는 건 아닐까요? 죄송해요, 조심하면 좋았을 텐데……
정주연:... ... ... (익숙한 질문에 쉴새없이 중얼거리던 입을 다문다. 뺨에 묻은 눈물을 채 닦지 못하고 다시 책장을 들어 올리려 한다.) ....이제까지와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그러니까, .... ...다른 거라곤, 현민 씨가 그 일기장을 보았다는 것 밖에는.. ... (변수는 단 한 가지일 뿐인데도 너무나 버겁다. 종소리가 울리고부터 멀리에 있을 초침소리가 귀에 크게 박힌다.) ....
주연이 무너진 책장을 당신 옆으로 치워냅니다.
겨우 살펴보니 오른쪽 종아리가 부러진 것 같습니다.
:*이후 모든 판정에 패널티 다이스가 붙습니다.
권현민:(다리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다친 다리가 욱신거려 움직여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노트를 내려두고 손을 뻗어 조심스러운 손길로 눈물을 훔쳐낸다. 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의 우는 얼굴을 보니 왠지 따라 서러운 기분이 들어 짧게 훌쩍인다.) 새, 새벽 3시가 되면 눈사태가 일어난다고 하셨죠?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시계를 보신 거네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가 이 방에 들어온 것도 처음인가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정주연:(손끝이 차게 저린다. 여지껏 허상을 좇은 사람마냥 비었다.) ...처음은 아닙니다. ...항상, 이곳으로 들어오시면 현민 씨는 책장을 살펴보셨고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저에게 알려주셨어요. (훔쳐내는 모양새가 속을 저민다. 이만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당신을 위해. 모두 쉽게 되는 일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떨어지는 손을 붙잡고 웃어준다.) 제대로 된 방법을 찾지 못하고, 구조를 기다리기 위해 벽난로 앞에 자리를 잡았던 게 얼마나 오래 전의 일이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 .... (울음을 참아 코가 빨개지고 헛기침이 나온다.) 저, 포기하지 말까요, 현민 씨... ....부축해드릴테니, 일어나시겠습니까...
권현민:아, 그럼… 이곳이 어떤지 다 알고 계셨겠네요. 몰랐어요… 저, 저는 처음 보는 곳이라…… (살면서 죽음을 예고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보다 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번이나 죽음을 겪어야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닿은 손끝이 차다. 밖에서 눈을 맞으며 체온이 내려간 거겠지… 그 온도가 추위를 연상시켜 두려움이 몸집을 키운다. 그의 웃는 얼굴로도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다. 무심코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죄송해요. 부, 부탁드려도 될까요? 혼자서는 일어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주연은 당신을 부축해 조심히 일으켜 세웁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욱신거리는 고통이 치밀어 오르지만, 견디고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권현민:(부축받아 돌아와서 의자에 걸터 앉는다) 저… 주연 씨, 혹시 아까 제가 찾은 쪽지도 이미 본 적 있는 건가요?
정주연:(고새 눈가가 축축해져 황급히 닦아낸다.) ..테이블보 아래에 접혀있던 쪽지 말입니까? 이전에 현민 씨가 찾아내 주셨습니다. ..전부 다 해석하진 못했지만... ...
권현민:(도움이 되면 좋을 텐데. 하다못해 기운이 나도록 도와드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괜히 어깨가 움츠러든다.) 이건 무슨 뜻일까요…? 저는 단순히 잠겨있는 방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권현민:지능기준치: | 50/25/10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쪽지에는 [샛별이 지는 방향에 빨간색, 용의 자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감.] 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샛별이 지는 곳은 서쪽이고, 빨간색이라 하면 문패의 색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빨간색 문패가 있는 서재에 실마리가 있을 것 같은데...
정주연:...아마 서재를 뜻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용의 자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는 게 도무지 무슨 뜻인줄 몰라서....
권현민:용의 자리로 내려가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시무룩한 상태로 곰곰 생각함) 혹시, 그 방에 들어갈 때 흔적이 남아있는 것도 보셨어요? 그, 그것 때문에 책장을 보려고 했던 건데…
정주연:흔적이요? 아뇨, 그런 건 전혀.... .... 어떤 흔적입니까? 제가 보러 가겠습니다.
권현민:(책장이 넘어져서 사라졌으면 어떡하지…) 그, 바닥에 쌓인 먼지에요. 누가 왔다간 것처럼 되어있어서…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주연:...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이번엔 정말 나갈 방법을 찾을 거예요. ... (눈을 찡그린다.) 그러니까 무서워 마세요. ....
그가 당신을 한 번 더 살피곤, 곧장 서재로 들어갑니다.
권현민:(아까 주운 퍼즐 같은? 종이조각 맞춰볼 수 있나요? 궁금)
가능합니다! 테이블 위에 두고 맞춰보면 되겠어요.
권현민:(딱이다 테이블에 종이 두고 요래저래 맞춰본다)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낑낑 조각을 맞추면, 의미를 알 수 없는 도형들이 바닥 가득 채워집니다.
당신이 조각을 맞추는 동안 주연이 거실로 돌아옵니다.
권현민:(잠깐 내려다보고 도리도리) 잘 모르겠어요… (산에 와서 조난 당하고 눈에 갇혔는데 곧 산사태가 오고 심지어 다리도 다쳤다는 사실 상기됨 많이 서러워짐)
정주연:...보고 왔는데... ...이건 현민 씨가 직접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곤란한 낯으로 바라보다가 조심히 말을 건넨다.) 제가 안아 드는 게 좋을까요?
권현민:(깜짝) 아, 아니에요…! ……부, 부축해 주시면 제가 가서 한번 볼게요. 힘드실 텐데… 죄송해요…… (면목없음)
정주연:아니에요. 다치게 해서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아, 다치면 응급처치부터 해야 하지.. 그렇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연은 납작하게 조각된 장작을 들고 와 테이블보로 당신의 다리에 부목을 대어줍니다.
당신을 서재 안쪽으로 쭉 데려가더니, 막다른 곳에 있는 책장으로 향합니다.
그는 당신을 적당히 앉힌 다음 책장 안쪽으로 팔을 쭉 밀어넣습니다.
달칵, 소리와 함께 커다란 소리가 들려옵니다.
책장은 벽에 난 공간으로 들어가고, 그 뒤에 있는 문이 나타납니다.
[ 자정, 별이 빛나는 시각. 나의 길을 인도하는 밝은 나침반. 그의 이름을 영원토록 새기며. ]
정주연:... ...이 문을 여러 번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단서를 전혀 찾지 못해서....
혹시 생각나는 게 있으십니까?... ...
권현민:(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한참 생각해보다가 고개 저음) 아, 아뇨, 아무것도… 그랬군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 방에는 뭐가 있나요?
정주연:...역시 그렇죠. ...제가 고작 알아낸 거라곤 이 문이 12시 이후에만 열린다는 거였습니다. (입술을 깨물며 문을 내려다본다.) 저 안 쪽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방이 있다면,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일까요?
문패 아래에는 알파벳 버튼을 입력하는 형식의 도어락이 있습니다.
권현민:(종이 맞춰서 본 마법진 같은 거랑 비교해본다면?)
당신 앞으로 무너진 책장과 옆에 붙어있는 책장, 막다른 책장을 조사해볼 수 있습니다.
권현민:자료조사기준치: | 60/30/12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 , ,)
자료조사기준치: | 60/30/12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헷)
먼지 쌓인 책들을 훑어보니 외국어와 읽을 수 없는 문자들이 섞여있습니다.
권현민:외국어 Roll기준치: | 21/10/4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
당신은 이리저리 책을 훑어보았지만, ...읽을 수 있는 문자는 없습니다.
외국어 Roll기준치: | 21/10/4 |
굴림: | 33 |
판정결과: | 실패 |
놀람과, 고통으로 인해 몸이 떨리는 것 같아요… ...아니,
이건 착각이 아닌 현실입니다. 당신이 떨리는 게 아니라, 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귀가 먹먹해지도록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산에서 천둥을 뱉어내는 것처럼 커다란 소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곧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바로하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짧게나마, ....당신이 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어요. ....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까이 다가가 감싸듯 끌어안는다.) 미안해요.
..아프지 않을 겁니다. 정말로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울지 말아주세요.
권현민: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뭔가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는 기분에 눈을 감는다. 겁에 질려 그를 끌어 안는다.)
굵은 통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의 천장이 종잇장처럼 휘어지고 구겨집니다.
다시 시작할 겁니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확실히 이해하지도 못 한 채, 시야가 까무룩 저물고,
당신은 머리를 쥐어짜는 듯한 어지러움이 속을 헤집어놓아 콜록거리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아, 깔아뭉갤듯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지고, 갑작스레 피가 도는 느낌에 핑 현기증이 돌았습니다.
갑자기 눈이 몰아치지 않는 곳에 들어서서 그런 걸까요?
오두막집은 낡긴 했지만 눈과 바람을 막아주니 확실히 조금 몸을 녹여주긴 하네요.
현관문을 닫자 밖에서 미친듯이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이런 날씨에 도로 나갔다간 그대로 냉동인간이 되겠죠.
정주연:..눈보라가 그칠 때까지만 여기서 지내요.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
이곳이 집 안이라지만, 불을 피워 몸을 데울 필요가 있습니다.
주연이 당신에게 집을 둘러보며 몸을 데울만한 걸 찾자고 제안합니다.
다른 선택지가 달리 없었으니 당신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현관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북유럽풍으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집의 내부가 보입니다.
한쪽 벽에는 창문들이 나있고, 낡고 먼지 쌓인 벽난로와 커다란 괘종시계, 탁자, 탁자 주위에 둘러진 의자. ..그리고 나무로 된 문이 네 개 보입니다.
문은 아무런 장식이 없이 그 위로 작은 색깔 패가 붙어있으며, 오른쪽에 둘, 왼쪽에 하나, 현관의 맞은편에 하나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나는 곳은 아니네요.
:*권현민, 노트를 보았기 때문에 루프를 기억합니다.
아, 우리에겐 아직 8시간이나 남아 있습니다.
정주연:..주인 분에겐 죄송하지만, 탁자나 의자 같은 걸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장작을 구비해둔 곳이 있을 겁니다. 벽난로를 사용하는 집이니까요.
... ...현민 씨? (돌아본다.)
권현민:(여전히 겁에 질린 얼굴로 마주 본다) 주연 씨, 기억나세요…?
권현민:방금 그 눈, 눈사태 말이에요. 제가 여기 온 게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정주연:... ...네? (눈이 크게 뜨인다. 정적이 길게 이어진다.) .... ...그게 무슨....
...현민 씨가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권현민:기, 기억 안 나세요? 저, 아까 본 노트도 기억나고… 그리고, 또…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도 주연 씨가 또 같은 말을 해주셨잖아요. 기억 나세요…?
정주연:그걸, ... 그걸 왜 당신이.... .... ....
(경악한다. 눈사태에 두고 왔던 것들. 당신이 느꼈던 고통과 공포. 지켜내지 못한 죄책감. 기억이 축복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하는....) ....꾸, 꿈을... 꾸신.. 거예요......
.... ...그럴 리가 없는데... ....현민 씨가, ...당신이 기억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 ...많이 아팠을텐데. 이런 건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한데...!!
권현민:아, 아뇨, 꿈일 리가 없는데… 그렇잖아요, 두 사람이 같은 꿈을 꿀 리가 없는걸요. 그럼…… (창백해진다. 그럼 다시 세시가 되면…)
어, 어떻게 해야…… (겁에 질려 손끝을 물어뜯는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건가? 언제까지?)
정주연:아, .... (언성을 높이다가도 겁먹은 모습에 저라도 그러지 말아야지, 의젓하게 대해야 한다고 머릿속이 외친다. 당신이 파랗게 질린 채 손끝을 물어뜯자 조심히 잡아 떼어낸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으나 당장 두려워할 상대가 걱정되어 토닥인다.) .... ... (그러나, 위로의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헤어나올 수 없는 불행에 어찌 무언가를 얹을 수 있단 말인가. 품에 안아준다. 최대한 제 표정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창 너머로 폭설이 내렸다. 절대로 나갈 수 없다고 새겨주듯.)
...진정하시면, 다시 이야기를 나눠봐요. .... ....뭔가, ... ....생각을.... ....
권현민:(죽으면 다 끝이라던데, 그게 아니구나… 한참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품에 기대 울기만 했다. 두려움에 얼굴이 엉망으로 구겨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다 어디로 갔는지, 머리가 어지럽다. 이제 창밖으로 눈이 바람에 흩어지는 소리 같은 건 들리지도 않는다. 천둥처럼 땅이 울리던 소리만 머릿속을 헤집고 있다.) 세시가 되면 다, 다시… 죽게 되는 거겠죠…… 주, 주연 씨도 못 하신 걸 제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정주연:(막연함이 숨을 턱 막히게 한다. 타인의 무지를 악용해 제멋대로 굴었던 시간을 회한한다. 그래, 분명 제멋대로 군 게 맞다. 어차피 다시 돌아가겠지. 그러면 또 찾아보면 될 테니까. 당신은 영원히 모를테고, 이번을 실패해도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고... ....) ... ... (이제 괜찮다, 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두 사람의 힘으로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권현민:지능기준치: | 50/25/10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산사태가 일어나기 전,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전....
책장이 무너질 때, 당신은 무너진 책장 뒷편에 있던 무언가를 봤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다리에 따르는 고통이나, 다른 이유 때문에 제대로 살피지 못했으나...
권현민:(무엇을 말해도 그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결국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될까 봐 한참을 망설이다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주연 씨, 혹시 무너진 책장 뒤쪽에서 뭔가 본 적 있으세요?
정주연:(조금 떨어져 상대를 내려다본다.) ..책장 뒤쪽이요? ....말씀드렸다시피 책장이 무너진 것도 처음이라... .... 모르겠습니다.
권현민:(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인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게 아닌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거기서 뭔가 본 것 같아요……
정주연:(짧게 고민한다. 반복되는 시간 동안 그런 일이 있었는지. 생소하지만 분명 과거에 시도해봤을 수도 있었으니. ...하지만 모르겠다. 새로운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다리, ..아마도 멀쩡하실 겁니다. 그렇죠? 괜찮으시다면 서재로 함께 가시겠습니까. ...
권현민:(신발 앞코를 바닥에 몇 번 부딪히게 해본다.) 네, 그렇네요. 이, 이번엔 안 다치게 조심해 볼게요…
정주연:..그런 말씀 마세요. 제 실수였습니다. ..다신 다치게 하지 않을게요. (애써 웃는다.) 감사합니다.
권현민:(붉은색 패가 달린 방문에 1019를 맞춰본다)
자물쇠는 쉽게 풀립니다. 기억이라는 건 참 편리하군요!
이전처럼 먼지가 쌓인 서재에는 책과 종이 냄새가 납니다.
한쪽에 난 창문 밖에서 눈보라가 치고 있습니다.
당신과 주연은 기억을 더듬어 쓰러졌던 책장 앞으로 향합니다.
권현민:(조심히 책장을 치워본다 아주아주 조심히)
권현민:근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동시에 벽면이 드러나며 사이에 끼어있던 책 하나가 앞으로 엎어집니다.
권현민:(깜짝 놀랐다가 주워서 펼쳐봄) 누가 이런 곳에 책을 둔 걸까요…?
책을 펼치면, 별자리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권현민:(책 보고 멍해짐) 용의 자리가 용 자리일까요…?
정주연:... ....아, .... 용의 자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라고... ..... 그, 그럼, 설마...
이게 암호와 관련이 있는 걸까요?
어째서 이런 게 책장 뒷편에... ... (당혹스러움에 눈썹을 구긴다.)
권현민:(곰곰 생각해봄) 그럼 내려간다는 건…… 여기 쓰인 이야기처럼 터널이라도 있는 걸까요? 어떤 의미인지……
정주연:우선 서재에 있는 문을 열어봐야겠습니다. ...아, 시간이... ....12시 까지는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 쉬는 게 어떠십니까..?
권현민:그렇네요, 아직 시간이… (시간 볼겸 핸드폰 열어봤다가 통화권 이탈에 확인 사살 당함)
어떡할까요? 집안을 조금 더 둘러보거나, 이대로 쉬면서 기다려도 좋습니다.
권현민:(서재에 읽을만한 책이라도 있나 살펴봄)
권현민:자료조사기준치: | 60/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별자리나 돌, 식물과 동물 같은 그림과 빽빽한 글씨가 있는 책이 보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입니다만,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엔 좋을 것 같네요.
권현민:(킬링타임용으로 이 책 가지고 거실로 돌아가서 완독 도전함)
벽난로에 불이 피워지지 않아 거실은 냉랭합니다.
권현민:(땔감 가져다가 난로에 불 피우고 책 읽기 시작함)
당신이 책을 읽으면, 주연은 곁에 서서 가만히 시계를 보기만 합니다.
간혹 이곳저곳 둘러보고, 벽난로에 불을 더 지피기도 하지만 그 뿐입니다.
한참의 시간 후에,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권현민:(좀 긴장한 기색으로 책 덮음) 서재에 있는 문으로 가볼까요…?
정주연:.. (이 시간만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끄덕이고 빠른 걸음으로 서재로 향한다.) 제가 생각한 암호가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
주연은 익숙하게 막다른 책장의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누릅니다.
권현민:혹시 주연 씨가 생각하신 건 어떤 암호인가요? (문 보고 젼씨 봄)
정주연:..용 자리라고 했으니 Thuban이 아닐까 했습니다. 현민 씨는요?
권현민:(도리도리) 저, 저는 다른 생각을… 혹시 암호가 맞지 않으면 눈사태가 있기 전에 제가 보던 책을 다시 볼까 했어요……
정주연:.. (힘없이 미소 지어본다.) 이번에도 그저 가능성일 뿐이니까요.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두는 게 좋겠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 (그리 말하면서도 쉽게 암호패드로 손이 가지 않는다. 이 시도조차 실패한다면 남은 자신마저 잃어버릴 것 같다. ....)
... ...현민 씨가 입력해 주시겠습니까...?
권현민:네…! 그래도 이게 가장 그럴듯하니까, 맞으면 좋겠네요. (Thuban 입력해봄)
비프음이 몇 번 울리고, 당신은 Thuban을 입력합니다.
안은 무척 어둡고,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정주연:... (눈썹을 찡그린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참았던 숨을 토해낸다.) ... ...들어가볼까요?
권현민:네, 이번엔 뭔가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걱정스럽게 표정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조심히 계단을 내려가본다.)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좁고 긴 계단은 돌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시간감각이 둔해지고 전파는 통하지않는데다, 핸드폰을 꺼내보려고 하니 전원이 나가버립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절대적인 존재가 간섭하는 것처럼, 외부와 단절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권현민:SAN Roll기준치: | 39/19/7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
(죽는게더무서웟던듯)
죽음에 비하면 어두운 것은 견뎌낼 수 있는 종류이죠.
캄캄한 곳을 둘러보기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주연:...괜찮으세요? 너무 어두워서.. (혹여 놓칠까 상대의 손을 잡는다.)
권현민:(손을 잡고 가까이에 선다.) 토치라도 가져와야 할까요…?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정주연:(토치라는 말에 생각난 듯 짧게 감탄한다.)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장작에 불을 붙여 횃불로 이용해도 될 거 같습니다.
권현민:(보이지 않음에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인다.) 장작이 좀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럼 우선 올라갈까요?
정주연:예.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올라오세요..!
손에 들 만한 크기의 장작에 불을 붙이니 제법 쓸만한 횃불이 됩니다.
불을 비추며 아래로 내려가면, 불빛으로 시야가 조금이나마 넓어집니다.
지하에는 중앙에 커다란 제단이 있는 둥근 공간이 보입니다.
바닥과 벽, 천장까지 전부 돌로 되어있으며, 바닥에는 무언가 기묘한 문양과 문자들이 가득 새겨져 있습니다.
또, 한쪽 벽에는 낡은 책장이 하나 있습니다.
정주연:... (아무도 없는지 바짝 긴장한 채로 이리저리 살핀다.)
바닥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적혀 있고, 당신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저분한 것들이 이리저리 튀고, 묻어 있습니다. 더럽고 불쾌하네요.
안에는 책이 세 권 놓여있고, 낡은 종이들이 몇장 놓여있을 뿐입니다.
책 세 권 중 두 권은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로, 서재에 있던 다른 이해할 수 없는 책들과 유사합니다.
나머지 한 권은 영어로 쓰여진 책인데, 누군가의 일지 같아 보입니다.
책장에 놓인 다른 종이들은 어떤 마법진과 같은 것들과,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이 적혀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상단에 Aegle 라고 적혀있습니다.
권현민:(소설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일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아이글레는 누구고, '그'는 누구일까요…? 뭘 했길래……
정주연:음, ...잘 모르겠습니다. (고갤 갸웃이며 일지를 읽는다.) ...지금 상황과 연관이 있는 거라면, 뭔가 도움 될 만한 게 있을까요....
권현민:(곰곰) 책이 숨겨져 있었으니 중요한 곳인 것 같기도 한데…
(힐끔 제단을 본다)
더럽고 지저분한 것들이 가득 묻어있는 제단입니다.
사람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정도의 넓이로, 새까만 흔적이 흘러내려 바닥에까지 묻어있습니다.
제단 위에 놓여있는 지저분한 것들은 까맣고 하얀색의… ...뼈 일까요?
권현민:지능기준치: | 50/25/10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분간 할 순 없지만 꺼려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정주연:현민 씨. 이 종이 잠깐 보시겠습니까? (책장 쪽에서 부른다.)
권현민:(가까이 와서 곁에 선다) 어떤 종이 말씀이세요?
주연이 집어든 종이는 Aegle라고 상단에 쓰인 그 종이입니다.
살펴보면 동그라미 주위로 무언가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주연은 벽의 한 쪽에 그려진 문양을 가리킵니다.
권현민: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벽에 그려진 문양과, 종이에 그려진 문양이 같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잘 보니 문양 가운데에 동그랗게 홈이 파여 있습니다.
정주연:..비슷하니 어떤 실마리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떻습니까?...
권현민:그러네요.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여기엔… 뭔가 들어가야 하는 걸까요? (홈 가까이에 손을 대서 크기 가늠해봄)
권현민:지능기준치: | 50/25/10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초록패가 붙은 방의 서랍에 있던 조각상과 얼핏 크기가 비슷해 보입니다.
권현민:(갸웃거리다가) 혹시 아이글레라고 적혀있던 조각상이 여기에 들어갈까요…?
정주연:.. (홈을 살펴보려 몸을 숙여 관찰한다.) ..확실히.. 크기가 비슷해 보입니다. 가져와 볼까요?
권현민:네, 혹시 모르니까 넣어봐도… 제가 가지고 올게요…! (다시 계단으로 올라가서 조각상 가지러 감)
정주연:아, 아닙니다! 같이 가요. 현민 씨..! 위험합니다. (서둘러 따라간다.)
권현민:(조금 힘들어져서 내려감 젼씨 꼭 끼고감 미안해)
정주연:... ... (계단 쪽을 돌아보다가 다시 앞을 본다.) 부끄럽지만, 시간이 몇 번 반복된 후에는 저 스스로 해내겠다고 현민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었습니다. ...
... ... 이제서야 답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는데, 전부 현민 씨 덕분입니다. ...
권현민:아, 아니에요…! 저는 주연 씨에게 도움만 받고, 또 다치기만 했잖아요. 부끄러운 모습만 보여서 죄송해요… 주연 씨가 안 계셨으면 이전에도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전에 죽게 됐을 거예요, 분명……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손사래를 치고 꾸벅 인사한다. 이제야 울고 어리광 부리던 일이 부끄러워져서 등을 돌린다.) 조, 조각상도 맞춰볼게요…!
(문양 가운데에 있는 홈에 조각상을 넣어본다)
정주연:(그 말 들으니 울컥 눈물이 난다. 헛된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다. 지하실이 많이 어둡길 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
곧 무언가 달칵, 하는 소리가 난 뒤로 벽이 진동합니다.
방이 점점 넓어집니다. 벽의 이동은 금세 멈추며, 벽이 사라진 공간 너머로 또 다른 제단이 있는 방이 있습니다.
방은 천장에 난 구멍으로부터 어슴푸레한 빛이 들어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숨겨진 방의 제단은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크기로, 왕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잘 살펴보면 위에서 쏟아지는 빛이 닿는 곳에 동그란 홈이 파여있고, 제단 주위로 처음 보는 문양들과 문자들이 잔뜩 새겨져 있습니다.
정주연:...또 방이네요. 저 홈은.. ... 아까 봤던 것과 같은 크기 같습니다..
권현민:(빛이 들어오는 광경을 물끄러미 보다가) 지,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음, 조각상을 더 가져와야 하는 걸까요?
정주연:아, 이미 문이 열렸으니 방금 사용했던 걸 써봐도 될 거 같아요. 제가 가져오겠습니다...! (서둘러 꽂아두었던 조각상을 빼낸다.)
주연은 얼른 조각상을 빼내 당신에게 건넵니다.
권현민:(얼결에 조각상을 받아든다. 동그란 홈에 다시 조각상을 맞춰 넣어본다.)
우리는 조각상을 꽂고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조금씩 초조해질 무렵.
천장에서부터 들어오던 어슴푸레한 빛이 조금씩 밝아지더니..
...제단 위의 조각상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제단의 옆에서 맑고 반짝거리는 물이 흘러나옵니다.
큰 소리가 나며 다른 쪽 제단으로 향하는 문이 닫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당황하는 사이, 제단에서 뿜어져나오는 액체는 빛을 받으며 바닥에 파인 홈들을 따라 퍼지고 방 안을 조금씩, 조금씩 비추었습니다.
신비로운 광경에 넋을 잃은 것처럼 풍경을 보던 찰나,
벽 너머에서 기괴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벽을 긁어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기괴한 소리는 방 안이 밝아질수록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점점 밝아지는 빛무리와 함께, 강한 현기증이 찾아왔습니다.
시야를 가득 매우는 하얀 눈은 모든 소리를 집어삼킬 것처럼, 아주 조용하게.
여기는? 주위를 둘러보니 오두막집도 제단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숲일까요? 커다란 회색 나무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눈이 내리고,
이상합니다, 방금까지도 분명 그 집에 있었는데, 손에 들린 횃불도, 혹은 다른 물건들도 전부 그대로입니다.
들고 들어갔던 짐이 어쩐지 발치에 놓여있습니다.
... (시리도록 하얀 설풍경에 앞을 바라보기만 한다.)
...이상해요... ....
권현민:저, 저는… 또 죽을 줄로만 알았어요…… 그게 너무 무서웠는데…… (멍하니 이어진 길을 본다.) 돌아갈 수 있을까요? 혹시 이게 꿈인 건 아니겠죠…?
정주연:... ...아, 저도.... (두렵게만 느껴지던 눈이 느리게 내렸다. 멍청하게 답하며 끊임없이 길만 응시한다. 사실 이것이 꿈은 아닐까. 다시 깨어나면 곧 무너질 천장이 보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뺨에 눈송이가 닿아 차갑다. 그제서야 숨을 삼킨다. 마땅히 흘러야만 하는 것. 배터리가 닳아 방전된 휴대전화를 켜면 시간은 똑바로 흘러가고 있으리라. 고립되어 있던 곳에서 탈출했다.) ... ....저희가, ...제대로 된 길을 찾은 겁니다. ...
권현민:(손끝으로 손을 뻗어 힘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를 만져본다.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위협이 될 것 같진 않다.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왠지 괜찮을 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주연 씨 덕분이에요. 정말, 정말로요…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정주연:....아닙니다. ... ....저, .... (목이 메여 말이 끊겼다. 고개를 숙인다.) ... ...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주먹을 꾹 쥐고 눈물을 흰 눈밭에 떨군다. 작은 자국들이 남는다. 헛된 노력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무사히 길을 찾아 다행이었다. ...)
(옷 소매로 거칠게 눈물을 닦아낸다. 빨개진 눈을 하고서 네 쪽을 바라보고 웃었다. 비로소 악몽은 지나간 일이 된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손을 내밀었다.) 길을 따라 걸으면 돌아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권현민:우, 울지 마세요…! 괜찮아요, 이제 돌아갈 수 있으니까…… 무사히 돌아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가 우는 모습을 보니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눈물을 꾹 참는다. 망설임 없이 손을 잡았다.) 네, 이제 돌아가요.
길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눈이 그리 거세지 않아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20분, 30분? 걷다보니 밝은 빛이 보였습니다.
아, 마을입니다. 이 산을 올라가기 전에, 우리가 들렀던 그 마을이요.
마을 입구에는 우리를 기다리던 가이드가 손전등을 들고 서성이다 둘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있습니다.
시간이 늦었는데도 안 내려와서 걱정했다며, 그는 어서 따뜻한 곳으로 가자고 둘을 재촉했습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숙소에 돌아왔고, 따뜻한 벽난로에 불을 넣고는 머그잔 가득 코코아를 대접 받았습니다.
꿈을 꿨던 걸까요. 아뇨, 그건 아닐 겁니다.
짐을 정리하던 두 사람은 가방 속에서, 손바닥만한 작은 조각상을 발견했습니다.
[아이글레의 조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