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뱃속에 관하여
KPC 딜런 베드포트 PC 라엘 메이어스
어쩐지 불쾌하게 흐릿한 정신을 차려보면, 축축하고 냉한 공기가 당신의 훤히 드러난 목덜미를 간지럽힙니다.
그랬는데, 그 이후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빛이라곤 돌로 만들어진 벽의 엉성한 촛대에서 아른거리는 작은 촛불 뿐.
손이 벽에 단단하게 고정된 쇠수갑 안에 갇혀, 몇 번을 움직여 보더라도 그 안에서 손을 빼낼 수는 없습니다.
무력한 당신을 곧은 쇠창살 너머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당신은 그와 같은 위치에 선 귀족이었습니다.
부유하고 강대한 가문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격을 고스란히 지닌 가주였고, 모두가 당신의 빛에 이끌렸습니다.
최소한, 이런 취급을 받을 지위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와 당신 사이를 가르고서 놓인 흐릿한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쇠창살이 당신과 그 사이의 거리감을 조장합니다.
마치 당신과 자신은 다른 존재라는 듯 당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에 어쩐지 이물감이 느껴집니다.
당신은 손목이 묶여 움직임조차 여의치 않은데.
알 수 없이 몰락한 당신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딜런 베드포트:사람들이 경을 괴물이라 부르더군. ...
...어떡하나?
라엘 메이어스:... ... (빠르게 눈을 굴려 대강의 상황을 파악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처음 정신을 차린 후로는 쇠수갑에 묶인 손을 추하게 움직여대지도 않았다. 자신은 이따위 상황에 처할 인물이 아니었으니 제 몰골에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한 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영문을 모르겠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볼 의향은 있나?
딜런 베드포트:(무언가 가늠하듯 고갤 기울이곤 짧은 시간 침묵한다. 이윽고 평소처럼 미소 지어본다. 삭막하기 짝이 없는.) 당신이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는다면 말할 의향이야 충분히 있지. ..모두 잊었다니 유감이야. 진심으로. (몸을 숙이곤 눈을 빠안 마주한다.) 경은, 들어볼 생각 있어?
라엘 메이어스:이런. 유감이라 내뱉는 작자의 표정으로는 썩 어울리지 않는군. (허리를 바르게 세워서는 여유로운 낯짝을 지어보인다. 들끓는 분노를 씹어삼키면서.) 물론. 당신이 거짓 없이 말한다는 전제 하에.
딜런 베드포트:알잖아. 내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어. 라엘 당신은.. 전부 눈치챌 게 뻔한데. (으쓱인다.) 라엘 메이어스,
어제 경은 사람을 죽였지. ...아, 죽이기만 했을까. 죽인 사람을 먹기까지 했어. (웃는다.) 물론.. 악독한 취미라고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파티장이었으니까 말이야. 죽이고 먹은 사람이 같은 귀족이니 수습할 수가 없었지...
그래서 당신 더러 괴물이래.
인간 이하의 존재로 여기기로 했다고...
:*흐릿한 기억은 언제든, 정신력 판정으로 끌어내볼 수 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정신기준치: | 50/25/10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바닥을 빨갛게 물들인 포도주와 깨진 잔, 그리고…
귀족의 옷을 거칠게 찢고서 그 목덜미를 물어뜯는 선연한 감각.
입안을 가득 채웠던 그 비릿한 향의 재현이 스쳐지나갑니다.
양 손에 포도주와는 다른 붉은 빛이 한가득 물들었던 것만 같은...
...그래요. 기억납니다. 당신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라엘 메이어스:SAN Roll기준치: | 50/25/10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 ... (상대에게 제 감정의 커다란 동요를 들키고싶지 않아 숨을 삼키고, 호흡부터 정돈했다. 그리고는 새는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렇게 답지 않게 서툰 방식으로 속을 감췄다.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확신할 수 있다...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음모에 휘말린 것이리라. ...역겨운 속을 당장 게워내고 싶은 충동을 애써 누르며 입을 열었다.) 농담치고는 고약하기 짝이없군. 그래서. 나를 어찌 하려는 거지? 이대로 죽이기라도 하자던가?
딜런 베드포트:꽤 당황한 모양인데. 날 세우지 않아도 돼. (몸을 일으키는 동안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다가, 천천히 내부를 둘러본다.) ...행운이라고 볼 수 있겠지. 참사를 목격한 이들이 모두 내 성 지하에 당신을 가둬달라 부탁했으니까. 당장에야 그 부탁을 어떻게 거절하겠어. 우선 알겠다곤 했지만, 진심으로 경을 해치거나 할 생각은 없어.
... (입술께에 손을 가져다 대곤 안타깝다는 눈빛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푸대접을 하고 있지만, 곧 풀어줄테니 걱정 마.
..음, 오히려 내 쪽이 더 위험하지. 어쨌든 경이 삿된 행동을 했다는 것이 틀리진 않았으니.. 우리 사용인들이 당신을 꽤 무서워하더군.
... ...당신 편은 나 하나 뿐인가?
라엘 메이어스:그러는 당신은 이상할 정도로 태평하군. ... (이어 들려오는 말은 진심으로 우스워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행운이라고? (곧장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며 제 입술을 아프게 물었다. 한순간에 불리한 입장이 된 만큼 감정을 다스려야 했다.) ...어째서? 듣기로는 당장 처형대로 보내져도 할 말이 없는 사건인데. 굳이 내 편을 들어주겠다는 이유가 궁금하군. 단지 나의 친우이기 때문에? ...분명히 말해두지만, 난 괴물따위가 아니야.
딜런 베드포트:호의가 외면당하는 건 씁쓸하네. 호들갑을 떨며 무서워하길 바라나? (여상히도 담담하고 건조한 투이다. 상대의 웃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다른 영주들이 조만간 괴물의 처형을 논의하자고 하더라. 촉망 받는 사교계의 별이 단두대에 목이 잘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쇠사슬에 묶이고 창살에 갇힌 채론 뭐든 곱게 들릴 리가 없다. 더군다나 자신의 처형에 관한 논제라. 의도가 곡해되지 않도록, 부드럽게 말을 이어본다.)
난 우선 의사에게 조제받은 진정제를 가져와서.. ... 당신한테 먹일 거야. 어제처럼 미쳐버리는 것에 대한 방지이지. 그리고 회의에선 처형을 반대하겠다고 주장할 거고. 숨을 곳이 필요하다면 방을 내어줄 수도 있어. 어제 당신이 먹어치운 귀족보다 당신이 더 소중하니까. ...내 애정이 좀 느껴져? 라엘 메이어스 경.
라엘 메이어스:이 꼴이 되어 묶여있는 내 심정보다 씁쓸하진 않을 것 같은데. 내 지금의 태도가 불만스럽나? 무척이나 참고 있다는 걸 당신이라면 알아차렸을텐데.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넙죽 호의에 감사하며 숙여주고싶지 않았다. 더러운 정치판. 사교계. 귀족 사이에 신뢰란 잘 벼려진 칼날과 같은 것이 아닌가?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똑같다. 날선 목소리가 이어진다.) 물론 곱게 목을 내어줄 생각도 없었지. 내 의지로 저지른 일이 아님이 분명하니까. (그리고 잠시 입을 다물고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친우라는 자의 꿍꿍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다시금 여유를 연기하며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것 참 눈물겨운 애정이로군. 딜런 베드포트 경. 거절할 수 없는 처지를 스스로 직시하고는 있으니 당신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줄 수밖에 없겠군. (한결같이 오만한 태도였다. 이 자의 속내를 파헤치는 것은 이후의 일이다. 무엇보다 손발이 묶여 더러운 철창 안에 유폐된 꼴로 더 시간을 보내다간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딜런 베드포트:그래, 당신이 정말 괴물이었다면 곧장 사냥당했겠지.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건 역시 거죽이 그대로라서 아니겠어. 괴물이라는 칭호가 마냥 부정적인 건 아니잖아. 달갑게 생각해보는 건? (무례한 농담을 뻔뻔하게 내뱉는다.)
..음, 역시 경은 상황 파악을 잘 하는군. 좀 더 경계를 풀도록 해. 당신이 깨어났으니 식사를 가져다줄 생각이니까. 아무리 입이 짧아도 이건 먹어야 할 걸. 굶어 죽기 싫다면.
(쇠창살에 구두코를 툭 대었다가, 걸음을 뗀다.) 난 당신 편이야. 잊지 마.
그는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창살 너머로 사라집니다.
차갑고 단단한 걸음소리가 몇 번 울리다가, 육중한 철문이 돌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린 뒤 안은 고요에 잠깁니다.
감옥 안은 왠지 모르게 습기에 가득 차 있고, 고른 진흙 냄새와 돌 냄새가 사방에 만연합니다.
당신이 앉은 자리는 정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말끔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아주 오래된 장소인 것 마냥 낡고 더럽습니다.
시선을 올리면, 손목을 아프도록 꽉 죄이고 있는 벽에 고정된 [수갑]이 보입니다.
라엘 메이어스:... (내뱉는 말 사이사이 제 신경을 건드려대는 것이 불쾌해 입을 꾹 다물었다. 원래 저런 성격이던가? 소리없는 헛웃음을 흘리고는 걸음소리가 사라진 저 너머를 응시하다 고개를 들어 수갑을 살폈다. 그다지 자신이 있는 곳 외의 더러운 곳으로 움직일 마음은 없었지만, 손목이 영 불편해 노려본다.)
평소의 그를 생각해보면 분명 당신에게 호의적이기만 했었죠.
수갑을 살피면, 그것은 당신의 손목에 맞춰 설계되기라도 한 듯 아주 딱 맞게 단단히 손목을 죄이고 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지능기준치: | 70/35/14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 ,,, )
(다시 .)
라엘 메이어스:지능기준치: | 70/35/14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
수갑의 둘레가 이토록 딱 맞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당신을 붙잡기 위해 어디에 제작이라도 맡긴 걸까요?
수갑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 육중한 쇠문이 바닥을 긁으며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손에 제대로 된 랜턴과 수프 그릇을 담은 쟁반을 들고서 들어온 딜런은 쇠창살 한 켠의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와 쟁반을 발치에 내려놓습니다.
쟁반에 담긴 것을 비로소 제대로 바라보면, 김이 연하게 피어오르는 묽은 야채 수프와 물 한 잔, 알약 하나, 그리고 환한 랜턴입니다.
딜런 베드포트: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준비했는데. 어때? (좀 더 가까이서 표정을 살펴본다.)
라엘 메이어스:... (눈만을 굴려 쟁반 위의 내용물을 살피고는 상대를 표정없이 바라본다.) 감사해 죽겠군. 수갑이 내 손목에 너무 딱 맞아서 불편하고 불쾌해. 미리 준비라도 해뒀나? (가볍게 손을 움직여보이곤 다시금 음식을 눈동자만을 움직여 내리깔아보았다.) 이 꼴로는 먹을 수가 없겠는데.
딜런 베드포트:크기가 맞지 않으면 긁혀서 상처가 생길 수도 있잖아. (순순히 긍정하며 알약을 집어든다.) 음, 풀어줘야겠지. 그 전에 이것부터 삼켜. (얼굴 쪽으로 들이민다.)
라엘 메이어스:... ... (수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군. 그런 시선을 노골적으로 담아 상대를 흘겨본다.) 정말 그저 진정제일 뿐인가?
(그리고 심리학을 쓴다면?)
라엘 메이어스:심리학기준치: | 40/20/8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의 태도에 거짓은 없어 보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한 가지 의문점이라면, 당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딜런 베드포트:의심스럽다면 의사를 데려올까? (아예 입에 꾹 대어준다.)
라엘 메이어스:... (태도에 짜증이 나 입을 벌려 약을 받음과 동시에 이를 세워 상대의 손가락을 가볍게 물었다. 이런, 실수. 당신까지 먹으려던 건 아니야. 따위의 말을 내뱉으며 물을 향해 턱짓한다. 내놓으라고.)
딜런 베드포트:..버릇인가? (눈썹을 슬쩍 찡그린다. 대꾸한 뒤로는 고분고분 물잔을 들어 마실 수 있도록 상대의 입에 대었다.)
삼키는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딜런은 당신의 손을 풀어주었습니다.
꼬박 하루를 의식 없이 묶여있던 손목에는 새빨간 자국이 남았습니다.
손목이 시큰거리며 아려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딜런 베드포트:편하게 들어. 난 경이 괴물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올테니까. .. (위쪽을 흘긋 쳐다본다. 반쯤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다.)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귀족 나리들이.
라엘 메이어스:...글쎄. 나도 모르는 사이 생긴 버릇일지도 모르겠군. (태연하게 대꾸하고는 물을 마셨다. 알약은 삼키지 않고 혀 아래에 집어넣었다. 손이 풀어지면 한참 제 손목을 매만지고 인상을 찌푸렸다. 불만이 그득 들어찬 표정을 하고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을 믿어보도록 해야겠군. 그것 밖에 선택지는 없으니. (말로는 그리 내뱉는다. 여전히 손목을 매만지며 웃음을 지어 내보였다.)
딜런 베드포트:... (대화가 끝난 기미에도 움직이지 않고 물끄럼 바라본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듯..)
라엘 메이어스:... ... 바쁜 모양인데. 계속 쳐다보고 있을 건가? (아직도 손목 매만지며 항의중)
딜런 베드포트:..잘 설계된 수갑이니 금세 나을 거야. (삐딱하게 고갤 기울인 채로 주시하다가 다시금 바깥으로 나간다.)
가벼운 발걸음이 돌바닥에 딛는 소리와 육중한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멎으면, 다시금 이 안은 조용해집니다.
당신 앞에는 그가 가져다준 쟁반 위의 [수프 접시]와, [물 한 잔]. 그리고 환한 랜턴이 있습니다.
랜턴은 손잡이가 있어 들고다닐 수 있는 형태입니다.
라엘 메이어스:... (우선 손바닥 위에 약부터 뱉는다. 맛이 영 별로다. 다른 손으로는 스푼으로 수프를 휘휘 저어본다. 무엇 하나 믿을 수 없는 처지인지라.)
맛도 별로고, 이런데서 남이 주는 알약을 받아먹을 순 없죠. 역시 찜찜합니다.
꽤 입맛을 돌게 할 법도 한데, ...어쩐지 그닥 당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의 성의를 생각한다면 먹는 시늉이라도 보여야 하겠군요.
라엘 메이어스:... (야채 수프를 싫어한다만... 휘휘 저어보다 한 스푼 떠서 혀만 대봄.)
살짝 대어보면, 이유 없이 밀려오는 구역질이 뒷목을 섬뜩하게 만듭니다.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습니다. 끔찍한 기분이네요.
라엘 메이어스:.... (신경질적으로 스푼을 내팽겨쳤다. 물컵을 들어올려 한 모금 삼켜본다.)
크리스탈 세공이 더해진 고급스러운 잔에 시원한 물이 담겨 있습니다.
물을 마시면, 시큼한 맛이 입 안을 채웁니다.
기분 탓인지 모래를 삼킨 것마냥 까끌까끌합니다.
라엘 메이어스:(컵을 내려놓고 제 입가를 매만진다. 여러 '괴물'에 대해 다룬 소설을 한 번쯤은 읽어본 적도 있다. 그 속의 클리셰와도 비슷한 증상에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고개를 내저었다. 딜런, 그가 음식이나 물에 무슨 수를 써둔 것일지도 모른다. 근거없는 의심은 깊어만 간다. 랜턴을 들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창 가까이 다가가 주변을 살핀다.)
음식이 이상한 것인지,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는 몰라도 입에 대는 둥 마는 둥 기이한 식사를 마치고 나면 더이상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딜런이 바깥으로 나오지 말라고 한 적은 없잖아요?
손목은 풀려있고, 쇠창살 틈으로 난 문도 잠겨있지 않습니다.
랜턴을 들면 흐릿한 불빛의 저 너머를 살펴보러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괴물이 아님’을, 당신 스스로도 증명해야 하지 않겠어요?
라엘 메이어스:(그래. 나오지 말라고 한 적은 없지. 랜턴까지 굳이 두고 간 걸 보면 내가 이것을 들고 나가는 것까지가 그의 의도에 휘둘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 문을 열고 너머로 걸어가본다.)
쇠창살 문을 열고 지하 감옥 복도로 나서면, 당신이 방금 나온 장소 같은 것들이 한쪽 벽면에 즐비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사용인들이 두려워한다더니, 딜런이 손을 쓴걸까요?
당신이 나온 장소를 제한 다른 감옥들은 전부 낡고 오래되었습니다.
벽면에 쭉 엉성한 촛대가 이어져있고, 불은 아주 드문드문 붙여져 있습니다.
왼쪽 복도에는 작은 탁자 위에 뚜껑이 덮인 [수프 그릇]과 [종이 한 장]이, 오른쪽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쇠문]이 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주변을 가볍게 살피다 눈에 들어오는 작은 탁자 쪽으로 다가간다. 왜 이런 곳에... 수프 그릇의 뚜껑부터 슬쩍 열어본다.)
깨끗한 도자기 그릇의 뚜껑을 열면, 안에 들어있는 것은 붉은 것들이 덩어리 진 수프입니다.
어쩐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아연하게 당신의 머리를 스칩니다.
라엘 메이어스:... ... (하! 코웃음소릴 낸다. 뚜껑을 다시 덮고 종이 한 장을 집어들어 살핀다.)
알 수 없는 붉은 빛의 덩어리진 수프를 먹는다니, 당신은 평생 그럴 일 없는 인생을 살아왔지요.
모르는 사람이 써내려간 경위서 위에, 확인했다는 의미로 베드포트의 가문 인장이 찍혀 있습니다.
당신이 포도주를 마시다 잔을 집어던지고서 사람을 죽였다고요? …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습니다.
라엘 메이어스:... (말도 안 된다. 모든 상황이. 제 일이 아닌 것처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읽힐 뿐이다. 기억이 돌아왔음에도 사실처럼 느껴지지가 않아 태연한 얼굴을 한 채로 종이를 원래대로 내려둔다. 이런 식으로 몰락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뇌이며 딜런 베드포트의 꿍꿍이에 대해 잠시 짐작해보려다 쇠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는 없는지 귀를 대어본다.)
계단 몇 개를 오르면 보이는 육중한 쇠문은 바깥으로 통하는 것 같습니다.
손잡이가 달려 있습니다. 바깥쪽으로 밀어서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엘 메이어스:(흠... 조심히 문을 열고 바깥을 살핀다.)
문을 열고 나오면, 시원한 바람이 뺨에 스치고 만개한 꽃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입니다.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나왔음에도 눈이 부시지 않네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에 초승달이 뜨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하늘 아래의 풍경은 꽃들이 만개한 아름다운 화원입니다.
지하 감옥 앞에 왜 이런 화원을 조성해뒀는지는 주인만이 알 일이겠지만, 화원에는 푸르른 초목들이 심어져 있고 나무 덩쿨과 풀숲으로 이루어진 키가 큰 풀벽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진한 향의 [꽃]이 만발합니다.
규모가 꽤 커보이는데, 자주 방문한 딜런의 성에서 이런 화원은 처음 봅니다. ...
라엘 메이어스:(감옥에서 나와 마주하는 광경이 이런 장소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눈이 조금 커졌다가, 다시 태연한 낯으로 돌아온다. 어쩐지 고약한 취미처럼 보이기도 했다. 화원의 풍경 자체는 아름다웠지만, 경관에 감탄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천천히 눈을 내리깔아 꽃을 내려다본다. 내가 아는 꽃인가?)
처음 보는 생김새의 화려한 꽃들입니다. 색은 형형색색 다양하지만 종류는 한가지 뿐입니다.
꽃잎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달콤한 향을 바람에 살랑살랑 태워보냅니다.
독초는 아닌 것 같은데. ...단순히 향이 짙은 미관용 꽃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꽃 향을 맡으며 꽃들을 바라보다보면 어쩐지 기분이 나아집니다.
고개 돌려 뒤를 바라보면 지하 감옥의 입구는 성의 안쪽에 있는 외곽 즈음에 위치한 듯합니다.
라엘 메이어스:딜런 Roll기준치: | 40/20/8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
화원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그가 사용하던 별채인 모양입니다.
화원에 난 오솔길을 통해 향하면 무리없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엘 메이어스:... (이것또한 유도된 길처럼 보인다만... 별 수 있나. 별채로 보이는 건물을 향해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오솔길 곁, 미관용으로 잘 다듬어진 초목들이며 꽃덤불들이, 그 주위를 머무르는 반딧불이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춤춥니다.
랜턴을 들고 오솔길을 걸으면, 오솔길은 자주 드나든 것처럼 바닥에 자갈돌들이 고르게 잘 깔려 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사방에서 풍기는 꽃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질 무렵, 당신은 무언가 이질감을 느낍니다.
라엘 메이어스: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갈돌 위를 걷느라 연신 들리던 잘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발걸음을 멈추면 이 길은 기이할만치 고요합니다.
바람이 나무며 꽃에 스치는 소리가 가끔 날뿐.
입구에서 살랑살랑 춤추던 반딧불이도 보이지 않고 그 흔한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잠시 멈춰서면, 걷는 움직임에 맞춰 연신 달랑거리던 랜턴도 가만 주위를 밝힙니다.
...그리고, 저 앞에 무언가 희끄무레하고 큰 형체가 보입니다.
오솔길로부터 약간 비껴나가게 놓인, 큰 [자루]요!
걸음을 멈춰서지 않았더라면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기분에 신경이 날카로워질 무렵, 딱 보아도 수상한 자루가 눈에 들어오니 지나칠 수가 없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살펴봐주기를 바라는 듯한 모양새로군. 속으로 중얼대고는 자루를 향해 다가간다. 우선 겉모양새를 살폈다.)
거친 면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검은색 자루입니다. 거의 당신의 체구 만합니다.
자루의 입구 부분은 끈으로 단단히 봉해져있고, 그 커다란 자루의 뒤쪽으로 오솔길보다 한참 오른쪽 방향으로 향하는 작은 샛길이 보입니다.
만발한 꽃들 사이로 길이 쭉 나 있네요.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이쪽으로도 성이 보입니다.
라엘 메이어스:.... (찜찜하다...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입구를 봉한 끈을 풀어보기를 시도해본다.)
자루를 풀어보면, 단단히 봉해져 있던 자루가 수많은 것들을 안에 우겨넣었다는 듯 삽시간에 우르르 무너지며.... 그 내용물이 당신의 신발 위로도 쏟아져 나옵니다.
랜턴의 밝은 주홍 불빛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신체조각들이 비칩니다.
부위도 각양각색, 생김새도 각기 다 다릅니다.
구역질이 언뜻 치밀어 오릅니다. 아니, 구역질이 아닌가..?
라엘 메이어스:지능기준치: | 70/35/14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틀림없는 식욕입니다. 맞아요. 이 감정은.
하지만 참을 수 있겠죠? 당신의 삶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라엘 메이어스:(나는 짐승이 아니다. 들끓는 식욕보다도 강하게 몰아치는 것이 불쾌함이다. 그래야만 한다! 두어 걸음 뒷걸음질을 한다. 저것들을 다시 주워담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불쾌하다. 역겹다. 역겹다. 역겹다. 구역질이 치민다. 스스로를 세뇌하듯 생각했다. 오른쪽 방향의 샛길로 시선을 억지로 틀었다. 우선 본래 목적지를 먼저 들러야겠다. 다시금 화원 너머 별채로 추정되는 건물을 향해 걷는다. 인상을 한껏 구기고.)
자루를 뒤로 하고 다시 걸음을 떼면, 샛길 바닥은 자갈이 아니라 포슬포슬한 흙으로 덮혀 있습니다.
...그런데도, 내딛는 걸음마다 자꾸만 무언가가 툭툭 채입니다.
라엘 메이어스:....... (내려다보고 싶지 않다. 그러나 기어코 시선이 제멋대로 아래를 향한다.)
무언가 희끄무레한 작은 덩어리입니다. ...이건?
랜턴에 비치는 샛길의 바닥에는 군데군데 이런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본다. 이게 뭐지.)
조금 더 자세히 살피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아주 잘게 잘렸지만 너무나 명확한 생김새입니다.
피비린내가 짙은 꽃 향기를 뚫고 날카롭게 코 끝을 스치고서 지나갑니다.
활짝 핀 꽃잎이 아름답게만 보이던, 꽃이 만개한 꽃밭이 점차 기괴하게 보입니다.
라엘 메이어스:(이쯤되면 제가 헛 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점점 둔감해지는 스스로의 정신을 비웃으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면, 포슬한 흙바닥 위에 뿌려진 살점 조각은 계속되다가 이내 점차 드물어집니다.
고개 든 앞에는 작은 [오두막] 한 채가 있습니다.
어느새 화원에서 벗어날 정도로 빨리 걸어왔던가요. 저 [오두막]은 뭐죠?
라엘 메이어스:(이건 또 뭐지? 오두막의 문 가까이 다가가 인기척이 없는지 살핀다.)
오두막은 최근까지 잘 관리된 듯 말끔한 생김새고, 문 틈새로 옅은 불빛이 새나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안은 고요하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오두막의 옆 쪽에는 키가 크고 나뭇가지가 길게 뻗은 나무 한 그루가 덜렁 서 있고, 이곳부터는 꽃들도 이어지지 않네요.
라엘 메이어스:(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문을 열어본다. 열리나?)
라엘 메이어스:(문을 열고 랜턴을 들이밀어 내부를 살핀다.)
작은 크기라, 내부가 한 눈에 보이는 수준입니다.
라엘 메이어스:(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만들어진 [책상]과 의자, 작은 [침대]와 벽면에 설치된 아주 긴 선반. 그리고 [옷장] 정도가 이 작은 오두막의 끝인가봅니다.
오두막의 한켠에서 흐린 불씨가 흩어져가는 벽난로가 보입니다.
벽면에 걸려있는 기괴한 형상의 사슴 머리 박제라던가, 바닥의 부슬부슬한 붉은 색 융단은 난해합니다.
그러나 이 공간이 그의 소유이며, 종종 이용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흠? 벽난로에 불이 붙어있는 걸 보면 이곳에 최근까지 드나들었나? 미묘한 기분으로 책상을 살핀다.)
책상 위를 살피면, 위에 깃털 펜이나 양피지 따위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책들이 엉터리로 분류되어 탑이 쌓여 있습니다.
고대 저주의 이해… 저주의 전승… 같은 책들인데요. 제목이 적히지 않은, [까맣고 낡은 양장본 책]이 눈에 띕니다.
라엘 메이어스:교육기준치: | 50/25/10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삿된 책이라며 다 불태워버린지 수백 년이 지났다고 역사서에서 분명 배운 책들입니다.
라엘 메이어스:(아무래도 의심스러운 건 이 인간인 것 같은데. 금서라니. 까맣고 낡은 양장본 책을 집어들어 펼쳐본다.)
오래, 꾹꾹 눌러 펼쳐 놓은 듯한 페이지가 저절로 펼쳐집니다.
그 페이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 공개
…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죠?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군요...
라엘 메이어스:SAN Roll기준치: | 48/24/9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라엘 메이어스:자료조사기준치: | 60/30/12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라엘 메이어스:자료조사기준치: | 60/30/12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갑자기알고싶어짐)
갑자기 학구열이 불타오른 당신은 책상을 막 뒤졌습니다.
[괴물꽃 키우기]와 [괴물의 식사] 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핸드아웃 공개
:*책 한권당 이성치 체크 하고 오컬트기능 도합 +2 추가됨
라엘 메이어스:SAN Roll기준치: | 47/23/9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SAN Roll기준치: | 47/23/9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라엘 메이어스:(별로 이해하고싶지 않았다만. 이 비상한 머리가 저도 모르게 해석을 해버렸다. 자연히 따라오는 불쾌감과 피어오르는 노여움에 책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잠시 침착을 유지하려 서너 걸음 방 안을 느리게 배회하다가,
옷장을 열어본다.)
옷장은 꽤 큽니다. 열어보면… 불온한 옷들이 한가득입니다.
누군가의 부고에나 입을 시커먼 옷들과 시커먼 로브 뿐입니다.
이 곳에 있는 책이나 옷 같은 것들을 외부에 들킨다면 온갖 의심을 다 살텐데요.
(내키지 않지만.. 로브를 일단 가볍게 어깨에 둘러봄..)
이런 칙칙하고 음침한 옷... 누가 보면 '괴물'로 오해하기 쉽겠군요.
라엘 메이어스:(부글부글.. 하지만 지금 '라엘 메이어스가' 돌아다니는 걸 들켜도 좋지는 않을듯하여 차라리 이름모를 괴물이라 오인받는게 나을지도.. 애써 냉정하게 생각해보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침대도 살펴본다)
푹신해 보이는 흰색 이불과 흰색 베개, 침대보가 깔린 깔끔한 침대입니다.
베개 옆에 얇은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습니다.
노트는 아주 오래되어, 낡은 표지며 색이 바랬지만 잘 관리되었는지 깔끔합니다.
라엘 메이어스:(침대에 자연스럽게 걸터앉아서 노트 펼쳐본다.)
읽어보면 워낙 구불구불해 누구의 필체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주 신분이 높은 누군가의 일기 같은 내용입니다.
과연 오래된 노트 답게 당신이 지금 모시고 있는 왕가의 전대 왕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이름의 이니셜은 잉크가 번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라엘 메이어스:딜런 Roll기준치: | 51/25/10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딜런의 필체는 이것보다 좀 더 단정하지 않던가요?
라엘 메이어스:.................... (노트노려보다가 툭.. 원래자리에 던짐)
... (로브 머리에 쓰고 자리에서 일어난 후 방 안을 마지막으로 슥 둘러봄)
딜런을 위해서인지, 당신을 위해서인진 모르겠지만...
오두막으로 나오면 미약한 온기가 감돌던 공기가 차가운 바람에 흩어지며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흩날립니다.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쪽의 끝에 웅장한 성의 회색 벽이 보입니다.
늘 정문에서만 바라봤었는데, 이렇게 보니 성의 크기에 새삼 위압감이 느껴집니다.
라엘 메이어스: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
(다시.)
라엘 메이어스: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잠깐, 저기에 보이는 성벽의 그늘에 숨은 낡고 녹슨 계단은 뭐죠?
당신이 기억하던 성의 뒷문과는 달리, 한참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검정색 철제 계단이 근처 성벽에 가지런히 나 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 (수상하기 짝이없는 것 투성이군. 척척 가까이 다가가 계단을 살펴본다. 올라가다가 무너져버리진 않을지 조금의 의구심을 품고..)
계단은 높고 폭이 좁아 올라가기에 아슬아슬합니다.
난간조차 잔뜩 녹이 슬어 손을 대기가 꺼림칙하군요.
전문적인 관리를 받은지 아주 오래된 듯한,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잊혀진 계단처럼 보입니다.
라엘 메이어스:(하... 본능은 올라가고싶지 않은데 꼭 올라오라는 것처럼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인상 잔뜩 찌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본다...)
밟을 때마다 삐걱이는 불안한 소리를 내는 계단을 올라가면, 검은색에 뭔가 군데군데 알 수 없는 이물질들이 묻은 두꺼운 철문이 나타납니다.
손잡이는 밀어서 여는 형식인 것처럼 보입니다.
라엘 메이어스:(께름직해서 잠시 이마짚고 한숨쉰다... 로브로 최대한 손을 가리고 밀고 들어가본다.)
문을 열면 약간 어두컴컴한 내부가 드러납니다.
다행히 복도나 누군가의 방으로 바로 연결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누군가 방금 다녀갔는지 벽에 달린 등불에 붙은 불이 아직 꺼지지 않고 아른아른 흔들리는 중입니다.
문 안으로 완전히 발을 옮기면, 무거운 문이 바로 쾅, 소리를 내며 등 뒤에서 닫힙니다.
귓가를 스치던 바람소리가 일순 정적으로 바뀌고, 이제야 느껴지는 녹슨 쇠의 비릿한 냄새가 코를 간질입니다.
흐릿한 불빛에 비치는 내부의 모든 사물들이 철제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발 더 내딛으면, 바닥에 얕게 고인 물이 첨벙, 하고 사방으로 튀는 소리가 들립니다.
라엘 메이어스:...(누가 다녀간거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물이 튀는 소리가 들리자 불꽤함에 혀를 차며 바닥을 내려다본다. 정확히는 내 발을..)
아래를 내려다보면, 당신은 옅은 주홍색 불빛과 회색의 낡은 돌바닥에도 불구하고 그 틈들에 고인 액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립니다.
신발에 더럽게 묻어난 이것들은 모두 피입니다.
어둑어둑한 내부에 눈이 익으면 내부에 쌓인 [상자]들과 철제 [캐비닛], 천으로 덮인 침대 몇 개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에 찰랑찰랑 얕게 고인 피 웅덩이는 쌓인 상자들이 근원지인듯 싶습니다.
저기, 나가는 문처럼 보이는 문도 한 켠에 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누군가의 피와 살점. 지겨워 죽겠군. 타인의 살가죽 아래에 들어찬 내용물따위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건만. 비위가 상한다.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떻든 비위가 상해야만 한다. 다시금 세뇌하듯 되읊고는 상자를 노려보다
캐비닛부터 먼저 열어본다.)
캐비닛들은 좁고 길쭉합니다. 열 몇 개가 주르르 세워져 있습니다. 수도 많네요.
하지만 겨우 당신 어깨 너비가 될까 말까하는 좁은 폭이라 공간을 그리 많이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오래 되었는지 여기저기 녹이 슬어있고 비린 쇠 냄새가 진동합니다.
관리가 잘 되지 않은 쇠 특유의 끼이익 소리를 내며, 캐비닛이 열립니다.
온기없이 딱딱하고 묵직한 사람의 시체 한 구가 당신의 정면으로 툭 쓰러져 내립니다.
라엘 메이어스:민첩기준치: | 40/20/8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SAN Roll기준치: | 46/23/9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바닥으로 딱딱하게 굳은 신체가 퍽 소리를 내며 나동그라집니다.
라엘 메이어스:............ (입과 코를 한 손으로 가리고... 시체의 얼굴부터 힐끔 본다. 혹시 아는 얼굴인가?)
라엘 메이어스:딜런 Roll기준치: | 51/25/10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 이 사람.. 당신에게 이전에 호감을 보였던 사람입니다.
그러다 그가 딜런과 가까이 지내며, 당신과는 점차 멀어졌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 (헛웃음을 삼키고 곧장 시선을 돌렸다. 설마... 고개를 느리게 저으며 상자 가까이 다가간다. 정말 싫지만... 로브자락으로 손을 감싸고 상자를 슬쩍 열어본다..)
정말정말 싫지만!! 옷자락으로 손을 감싸고 상자를 열었습니다.
짙은 갈색 빛의 나무 상자들입니다. 꽤 많은 수가 흐트러져 배열되어 있습니다.
상자를 열면 헝겊 천으로 위가 덮어져 있습니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
라엘 메이어스:.... (역시 시체겠지.. 천을 아주조금만 들춰봄..(
)
들춰보면, 틈새로 보이는 건 붉은 살점 덩어리들입니다.
상자 안에 얇은 천이 깔려 있고, 살점에서 배어나오는 핏물 탓에 천이며 상자가 모두 축축합니다.
라엘 메이어스: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휴 보기싫은듯)
내부가 어두워서인지 무언가 상자에 쓰여있는 것 같긴 한데, 잘 보이진 않습니다.
라엘 메이어스:... (응? 갑자기 궁금해져서 다시 보기로 함)
라엘 메이어스: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사실안궁금해)
당신이 상자를 다시 살피면, '식용'과 '퇴비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식용’에는 주로 신체의 부속들이, ‘퇴비용’에는 신체의 표피들이 들어있습니다.
라엘 메이어스:정신기준치: | 50/25/10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 … 손 쓸 새도 없이 시야가 깜빡, 점멸하더니…
눈을 떠보면, 입 안에서 짭짤하면서 달콤한 맛이 느껴집니다.
젖혀진 헝겊과, 흩어진 [식용] 상자의 고깃덩이들…
라엘 메이어스:지능기준치: | 70/35/14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고깃덩이들을 입 안에 밀어넣고 삼킨 건 당신입니다.
라엘 메이어스:... (손을 로브에 문질러 닦으며 멍한 정신을 잠시 내버려둔다. 여태 잘 참아왔던 비인간적 충동에 속절없이 휩쓸린 것이 자존심 상해 죽겠다. 사람을 먹은 것 자체에는 큰 역겨움이 없었다. 그야 맛있었으니까. 정말 괴물이 다 되었군. 그리 자조하며 손등으로 입가를 문질러 닦았다. 상자의 뚜껑을 닫지도 않고, 자리를 떠난다. 나가는 문 쪽으로..)
아마 나가는 문이겠죠. 문제는… 이 문이 어디로 연결될지 가늠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라엘 메이어스:(여기에서 더 나빠질 게 있을까. 문을 열었더니 귀족들과 마주친다, 정도? 문을 조심스레 열어본다.)
문을 열었는데 딱 마주친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상황도 없겠네요!
조심스럽게 밀면, 무언가 육중한 것이 함께 부드럽게 밀리는 느낌과 함께 붉은 융단이 깔린 계단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계단의 벽면에 자리한 등불이 기묘하게 일렁이는 푸른 불을 태우고,
라엘 메이어스:(아까보다 깔끔한 바닥은 마음에 드는군. 목적은 흐릿하다만 나아갈 곳은 하나 뿐이니 다시 문을 조심히 열어본다.)
융단을 걸으며, 당신의 신발에 묻었을 화원의 흙과 피웅덩이의 흔적을 지웁니다.
문을 열면 시원한 향과 책 냄새가 코 끝을 스칩니다.
어쩐지 날카롭던 신경이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서재로 추정됩니다. 그 안에서도 특별히 책장들에 가려지고 가려진, 모난 구석입니다.
당신이 방금 나온 문도 잘 살피면 책장 같이 생긴 문이로군요.
이렇게 생겼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만도 합니다.
등 뒤로 문이 닫히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서재에는 벽난로 안의 불이 장작을 태우는 소리만이 남습니다.
라엘 메이어스:딜런 Roll기준치: | 51/25/10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음, 분명 귀족들과 회의를 한다던 장소가 서재 아니었던가요?
서재 안을 살피면, 정 중앙에 긴 소파 4개가 서로를 마주보고 놓여 있고, [책장]들이 열과 행을 맞춰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벽의 가운데 쯤에 [벽난로]가 방 안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고, [창문] 밖이 어둑어둑해보입니다.
라엘 메이어스:(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닌 인간 같으니... 이 자를 이용하려다 심한 골탕을 먹고 있다는 기분까지 든다. 제가 바닥을 더럽히든 말든, 심술맞게 신발 밑창을 바닥에 문지르고
책장들을 향해 걸어가 가볍게 훑어본다.)
책장에는 오래된 책부터 최근 나온 신간까지 수많은 책들이 고스란히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책들이야말로 보석보다 더한 부의 상징이죠. 역시 그의 서재입니다.
라엘 메이어스:딜런 Roll기준치: | 51/25/10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책장을 주르륵 살피면, … 오두막에서 봤던 것과 같은, 불온 서적은 단 한 권도 보이지 않습니다.
라엘 메이어스:(흠. 안궁금한걸로하고 책장 노려보다가 따뜻한 벽난로로 다가감.)
벽난로의 옆에는 [부지깽이]가 세워져 있고, 벽난로의 안에서 [모닥불]이 따닥, 따닥 소리를 내며 한창 서재 안을 데우는 중입니다.
라엘 메이어스:(손바닥을 내밀어서 따뜻한 기운을 잠시 느끼다가.. 모닥불 빤히 내려다봄..)
가까이 다가가면 뜨거울 정도의 온기네요. 태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걸까요?
라엘 메이어스: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벽난로와 바닥의 틈새에, 흰 종이 한 장이 떨어져 있습니다.
종이를 끌어와 살피면, 이하의 내용이 쓰여져 있습니다. *핸드아웃 공개
라엘 메이어스:(저도모르게 낮게 소리내 웃었다. 우스워 죽겠군. 이 나라의 안위가 걱정된다. 이따위 멍청이들을 대귀족으로 대우해주고 있다니. 종이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더러운 신발 맡창으로 짓이겨 밟았다. 건조한 시선으로 창문을 바라본다.)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느껴집니다.
잠깐, 창문 바깥에 등불 여러 개가 아른거리네요.
라엘 메이어스:(설마 내가생각하는 그런 상황인가? 가까이 가서 눈만 내밀고 살펴봄)
창문 밖을 살피면… 사용인들이 등불을 들고서 정문에 길을 내고 있고, 귀족들이 그 길을 따라 등불이며 화려한 장식들이 달린 마차에 타고 있습니다.
회의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요. … 회의 내용을 완벽하게 합의 본 것 같은 행색들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 그런 귀족들을 배웅하고 있는 딜런 베드포트가 보입니다.
눈을 깜빡이고 다시 바라보면 그저 귀족들을 향해 돌아서 있을 뿐입니다.
그때, 바깥에서 누군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딜런은 저기 창 밖에 있으니, 아마도 사용인일 겁니다.
당신은 대외적으로는 괴물로 확정난 것 같으니 사람의 시선을 피해 숨는 게 좋겠습니다.
라엘 메이어스:.... (아까 들어온 책장 근처에서 숨는다면?)
라엘 메이어스:은밀행동기준치: | 30/15/6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사용인은 생각보다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문을 열었습니다.
당신이 무언가의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그대로 마주치고 맙니다.
기어코 눈이 마주친 사용인이 손에 들고 있던 책들을 와르르 떨어뜨립니다.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선 덜덜 온몸을 떨던 사용인은 몇 번 입을 뻐끔뻐끔합니다.
라엘 메이어스:... ... (천천히 다가가 어깨를 두드린다. 미소까지 지어보이면서...) 못 본걸로 한다면 자네 수명만큼은 살 수 있게 해주지. 썩 괜찮은 제안 아닌가?
사용인: 괴, 괴, 괴물.. 괴물이... (무례한 말을 내뱉으며 공포에 떨다가 급하게 끄덕인다. 뒷걸음질 친다.) 죄, 죄송합니다, 나리..!!
사용인은 뒷걸음질 치다가, 이내 달음박질 치며 서재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약속을 어기고 외치는 것을 잊지 않고 말이죠...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에 금방 이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 것 같습니다. 낭패예요!
라엘 메이어스:(하... 난 너무 대인배여도 문제라니까... 이마짚고 고개저음..)
라엘 메이어스:(이렇게된거 밖으로 나간다. 현실감이 없군.)
다행히 사람이 몰려들진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요...
복도 저 끝 쪽에, 문이 조금 열려 있는 방이 보입니다.
우선 서재로부터 벗어나 몸을 숨겨야 합니다. 당신을 유도하듯 열어둔 방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라엘 메이어스:(처음부터 제 경로는 모두 유도되었다고 봐도 되겠지. 하라는 대로 따라 가기나 해야 하는 처지가 처량하기 짝이 없다. 몰락했구나, 라엘 메이어스! 자조하는 것치고는 큰 망설임 없이 조금 열린 방으로 들어간다.)
몰락한 당신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향기입니다.
달콤한 향이 익숙한 체향과 혼재되어 코 끝을 스칩니다.
코에 닿는 향 덕에 어렵지 않게 이 방의 용도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딜런의 방. 그래요. 이 방은 그의 방입니다.
그의 방이 서재에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던가요?
문을 열면 문의 양 옆으로 화분이 놓여있고, 그 안에 심어진 것은 비밀 화원에 만개해 있던 꽃들과 같은 종의 꽃입니다.
정면에 커다란 창을 가진 [창문]이 벽에 나 있네요. ...그 외에 방 안은 정갈합니다.
고급스러운 목재로 만들어진 작은 책장, [책상]과 [침대]… 비스듬히 세워진 전신거울이며 모닥불이 타오르는 벽난로, 중앙의 바닥에 깔린 융단까지.
높은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구석구석을 환하게 비추는 방 안은 생활하기에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라엘 메이어스:... (딜런. 대체 뭘 원하는 거지? 한없이 불순한 의도라는 것만은 잘 알겠다. 커다란 창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잠시 바라본다.)
창문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거대하고, 활짝 열려 있습니다.
해가 져 쌀쌀한 바깥의 공기가 열린 창을 통해 여과없이 들어와, 방 안에 가득한 달콤한 향을 아주 잠시 몰아냈다가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합니다.
밖을 내다보면 아찔한 높이에 시야가 어지러울지도 모릅니다. 성의 꽤 높은 위치였죠..
라엘 메이어스:... (조금 추운가... 벽난로 가까이 갔다가 책상 살펴봄)
책상 위는 평소보다 너저분합니다. 다 쓰고 아무렇게나 놓여진 만년필이나 뚜껑이 닫히지 않은 잉크통이 눈에 띄네요.
특히, 잘 말린 양피지 더미며 흰 편지 봉투들이 보입니다. 그 수가 상당합니다.
라엘 메이어스:(흠..? 양피지 더미 편지봉투 뒤적여봄... 뭐가 이렇게 많지.)
뒤적이다보면, 발신인의 직인이 찍히지 않아 열어보아도 티가 나지 않을 편지봉투가 하나 있습니다.
받는 이는 헤로트 남작. 당신 영지 바로 옆의 조그마한 영지를 차지하고 있는 소귀족입니다.
라엘 메이어스:(그래.. 그런 사람이 있었지... 냉큼 열어서 내용 살펴봄.)
내용을 살피니 꼭… 그가 당신이 괴물로 몰리는 것에 동조했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라엘 메이어스:(어차피 다시 쓰겠지? 수고롭게 만들어주지. 편지를 쫙쫙 찢는다)
라엘 메이어스:딜런 Roll기준치: | 51/25/10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의 의도를 눈치챘나? 혹은 역으로, 영지가 탐이 나서?
괴물을 친구로 두었었다며 동정이라도 받고 싶었던 걸까요?
당신을 사회로부터 단절시키고 고립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사회로부터 괴물로 낙인찍힌 이, 라엘 메이어스!
이제 더이상 당신이 괴물인가에 대한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라엘 메이어스:SAN Roll기준치: | 43/21/8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들끓는 분노에 절로 이가 갈리는 것과는 별개로 놀랍기는 하다. 언제부터일까? 진정 괴물이라 불려야 할 이는 딜런 베드포트이건만! 제 목소리는 이전과같은 힘을 잃었다. 애석하다. 저도 모르게 손바닥에 손톱 자국이 남을 정도로 힘껏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을 뺐다. 이 수모는 꼭 되갚아주도록 하지. 가늘게 뜬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지금이야 허세에 불과한 다짐이겠지만 말이다! 또한번 자조하고는 침대 쪽으로 다가가 앉았다.)
호화롭고 거대한 대리석 장식이 가득한 커다란 침대입니다.
과거 이곳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라엘 메이어스: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라엘 메이어스:(흠? 쏙 빼서 이리저리 살펴본다)
첫번째 줄에는 완수했다는 듯 가운데에 줄이 죽 그어져 있습니다.
지하 감옥에서 보았던 경위서가 자연스레 당신의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분명 당신은 와인, 포도주를 마시다 잔을 집어던졌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괴물 꽃을 키우며 불온한 금서를 소지하고, 인육을 비밀 창고에 모아놓은 사람은.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이 곤경에 빠뜨린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당신을 동족으로 만들고자 당신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고, 광기를 가장해 감금해두고, 자신만이 온전한 당신의 편인체 굴며 당신의 모든 인간 관계를 끊어내고서 당신이 지녔던 그 높은 지위와 명예를 훼손해.
당신을 마침내 처형, 죽음에 이르도록 조장한 그는.
괴물인 그가 당신을 동족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갑작스레 속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나올 듯이 울렁입니다.
툭,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줍기 위해 손을 뻗기 이전에, 먼저 주워버리는 새하얀 장갑을 낀 손이 있습니다.
그 손의 주인은, 익숙한 구두. 옷 매무새, 와인 병을 든 손이며 미소를 그린 불온하고 삭막한 입꼬리.
… 어디로 들어온거죠? 문득 그가 등지고 선 활짝 열린 창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가 괴물이라면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문으로 들어오는 것쯤 하지 못할 일도 아닙니다.
부드러운 바람에 창문 곁에 있던 커텐이 펄럭이며 존재를 알리고, 그 앞에 서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그의 미소는 참으로.
...인간이 아닌 것처럼 이질적이고 불길합니다.
분명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으나 어찌 그 감상을 입술로 올릴 수 있을까요.
그가 집어들었던 종이를 책상 위로 올려놓습니다.
그는 종이 한 장으로 당신의 인연을 끊어냅니다.
당신을 괴물로 매도하고, 귀족 사회로부터 단절시킬 것입니다.
아니, 이제 당신은 정말 괴물이 될 수도 있겠군요. 딜런으로 인해서요.
당신의 종적은 그의 시선으로 탐미적일만치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가 당신이라는 존재를 대우하고 애정하는 방식은 참으로,
딜런 베드포트:경이 방에 들어온 지 좀 되었지. 편지도 이미 본 것 같고. (눈으로 책상을 훑는다.)
그가 책장 한 켠에 놓인 깨끗한 와인잔 두 잔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서 침대에 걸터 앉습니다.
딜런 베드포트:..
모든 걸 다 보았겠네. 그렇지? 옷 소매와 흰 장갑의 간극에 붉게 그어진 상처가 보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에게. 포도주에 피를 타서 건넸을 것입니다.
어렵지 않게 저 안에도 그의 피가 들었을 것임을 직감합니다.
오늘 밤, 그가 건네는 포도주를 마시면 당신은 정말로 괴물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마시지 않는다면, 금서에 적힌 대로 피를 쏟으며 괴롭게 죽어가겠지요.
라엘 메이어스:가증스럽고 뻔뻔스럽기 짝이 없군,
괴물. 위험하고 미련한 짓을 저지른 이유와 소감이 궁금한데. (턱을 치켜들고 눈을 가늘게 뜬다. 모든 것을 잃고 의심이 명백한 사실이 되자 들끓던 분노는 되려 차갑게 가라앉는다.) 굳이 내가 모든 것을 다 보기를 바란 것처럼 길을 마련해둔 이유또한.
딜런 베드포트:내가 길을 마련해두었던가. (으쓱인다.) 이 저택이 경에게 환영 파티를 해준 걸 수도 있잖아. (가볍게 쥔 와인병을 짤랑인다.) 음, 글쎄.. 소감을 말해주기엔 이른 게 아닌가 싶은데. 나를 괴물이라 부르는 걸 보니 인간에겐 퍽 버거운 거 같고. (약하게 흔들던 병을 테이블 위로 올려둔다.) 오히려 되묻고 싶어. 당신은 기분이 어때?
라엘 메이어스:환영 파티를 해주는 저택 치고는 사용인의 예의가 부족하더군. (불만스레 혀를 찬다. 이내 거추장스러운 망토를 벗어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걸어가,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상대를 내리깔아보며 선다.) 인간에게는 버겁다느니 우쭐대지 말았으면 한다만. 그저 나를 동족이란 존재로 만들고자 했다면 이따위 방식이 아니어도 되었을텐데.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추락시키고서는 기분이 어떻냐니. 내 경멸을 원했던 건가? 화가 난다는 말로는 온전히 표현하기가 턱없이 부족할 정도야. (그리 내뱉는 목소리는 평이해보일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딜런 베드포트:합리적인 방법이었지. 당신은 누구보다도 귀족다운 사람이었으니까. (바닥에 흐느적 엎어진 로브를 보았다가, 상대를 올려다본다.) 옷에 피 냄새가 많이 묻어있어. 혈흔을 끔찍할 수준으로 남겼군. 식사를 처음 하니 서툴러서 그래. (입매를 비튼다.) 고고한 삶을 살다 추락하며 느끼는 모멸감은 인간만의 권리야, 라엘 메이어스 경. 마지막으로 겪는 경험일테니 나쁘지 않지 않나. (오만한 자세를 취한다. 제 붉은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 빗었다.)
라엘 메이어스:(잠자코 이어지는 상대의 헛소리를 들어주다가, 입꼬리에 비웃음을 내걸었다.) '그쪽'은 모멸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건가? 그런 주제에 나를 이 꼴로 만든 이유가 설마 모멸감을 선사해주겠다는 선심이었나? (눈을 가늘게 뜬 채 노려보았다.) 아까부터 이유를 묻고 있잖아. 딜런 베드포트. 아니지. 그 이름도 고작 이번 삶의 껍데기일테고... 누구인지도 무엇인지도 모를 것에게 이유 없이 휘둘리는건 끔찍한걸. 네 앞에서 죽어주면 기분이 좀 나으려나.
딜런 베드포트:시간이 흐르다 보면 비슷한 사건에는 무뎌지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눈을 느릿 깜빡인다. 이유를 말하라면, ...)
불멸이라는 건 참 지루해. 같은 삶을 살며 똑바로 걸어가는 건 힘들어. 인간과 괴물은 아무리 애 써도 벽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라. 식사용 가축과 함께한다는 느낌이지. 그래서 사랑으로 인해 죽는 동족을 보면서 비웃었던 거야. 하지만.. 믿겠어? 라엘. (친근하게 당신을 부른다.) 인간이란 하잘 것 없는 것들 뿐이었는데, 너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 그래서 죽지 않는 삶을 선사하고 싶었지. 그게 다야. (제법 로맨틱하지 않나, 스스로 생각한다.) 영원을 걸으며 이런 상대는 처음이야. 그러니 죽을 생각은 않는 게 좋을 걸.
라엘 메이어스:...하하. 괴물이 사랑을 안다고? (우스운 이유였다. 제 꼴을 내려다보면 더욱 그랬다. 불멸이란 것을 받아들이기 전에 허탈감부터 차오른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모든 것들이 아른댔다.) 너를 가까이 하면 내가 쌓을 입지에 도움이 될까 싶어 곁에 두었더니, 결과가 처참할 뿐이로군. 나는 영원을 믿지 않아, 딜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태도가 불량하군. 내가 죽을 생각을 않는다면 좋은 쪽은 너뿐이지 않나. 내가 영원을 거부하면 아쉬울 쪽도 너란 말이지. 그렇다면 더 정중히 빌어보지 그래? 갸엾은 불멸자에게 동정이라도 얹어줄 지 모르잖나. (그리 내뱉으며 웃기까지 했다. 더 잃을 것이 없으니 한없이 치솟는 오만함에 의식을 내던진 꼴이었다.)
딜런 베드포트:애석하네. 최대한 정중히 말해주고 있었어. 우리가 친우로 지낼 적의 태도를 바라는 건 아닐테고. (무엇이든 해줄 요량으로 일을 저질렀지만 네게 알맞은 답을 해주는 대신 호기심 어린 질문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런데, 왜? 방법이 강압적이긴 했지만, 명예 따위는 쉽게 쌓아 올릴 수 있는 거잖아. 내 영토가 탐이 난다면 이따위 것 얼마든 내어줄 수 있어. ..아, 이런, 네 주변에 내가 모르는 아끼는 사람이 남아있었던가. ... 그건 안 됐네. (갸웃인다.) 믿지 않는다는 말도 이해가 안 되는 군. 누구나 영원을 원하던데.
라엘 메이어스:정중히 말하라고 했던가? 정중히 빌어보라고 했지. 말하는 것과 비는 것의 차이를 모르진 않을텐데. 위대한 불멸자께서. (웃음 섞인 목소리로 비아냥대고는 미소지었다.) 유한한 삶 속에선 가치있던 모든 것들이 이따위 것이라 칭할만한 쓰레기가 되어버린다는 게 문제지. 네가 제일 잘 알텐데? 내가 순순히 너를 영원의 반려삼아 함께하길 바랐다면 의외로 순진한 면이 있다고는 생각해줘야겠군. 그러니 빌어보라는 거야. 기회를 주고 있잖아.
딜런 베드포트:(겉을 치장해 꼬여내고 지저분한 속으로 삼키는 행위. 오롯 말려든 건 당신이었다. 메마르고 추악한 애정은 누군가에게 선사하기엔 참으로 애매한 사랑이지. 아, 괴물이라도 안다. 그러니 이 기회는 아주 각별하다. 차분함을 가장한 발악. 내버려두면 홀로 죽어버릴 인간이라는 존재란.) 음, 서툴 거야. ... (걸터앉은 몸을 일으킨다. 고운 옷감이 침대보에 스쳤다. 잠시 눈높이가 맞는다. 이내 두 무릎을 땅에 대고 몸을 낮추었다. 그릇된 손을 뻗어 상대의 손을 붙잡는다. 뻔뻔하게 뺨을 기댄다. 괴물이 인간에게 빈다.) 사랑해. 내
선물을 받아, 라엘 메이어스.
라엘 메이어스:... ... (나는 너를 이용했고 앞으로도 이용할 작정이었다. 그렇게 유한한 삶 속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할 욕심과 능력이 있었다. 그러니 덜컥 다가온 추락과 불멸이라는 텁텁하고 기껍지않은 선물에 역겨운 거부감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심술이라도 부려본 것인데, 이상하게도 제 앞에 무릎을 꿇고 비는 괴물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다. 제 손바닥에 뺨을 기대기까지 하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사랑, 사랑이라. 제가 먹어치운
음식의 단 맛을 상기한다. 그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역겹기만 하였으나 막상 씹어삼키면 사랑에도 단 맛이 날까.) ...바라지 않던 선물이라도 받아는 주는 것이야말로 귀족된 자로서 미덕이지. 앞으로도 내게 수없이 빌어야 할 거야. 딜런.(다른 손을 뻗어 테이블에 올려진 와인잔을 가볍게 쥐어 들어올렸다.) 내가 질려버리지 않도록. (아직 노여움이 가시질 않았으니 거짓으로도 사랑을 말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느릿느릿 와인잔을 입가로 가져간다. 나를 사랑하는 괴물의 선물을 삼켜주기로 한다.)
붉은 포도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면 알코올 기운이 목구멍을 집어삼킬듯 화끈하게 목을 달굽니다.
아니, 목 뿐만이 아닙니다. 괴물의 피가 섞여든 포도주는 혈관을 타고 퍼집니다.
알 수 없는 열기가 온 근육을 강하게 비틀고 쥐어짭니다.
발치의 딜런이 뭐라고 말을 거는데 그 말이 들리지가 않습니다.
괴상한 바람소리가 귀 안에 가득 차오르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습니다.
방금 그가 뭐라고 했죠? 당신의 이름을 불렀나요?
오감이 온통 섞여 천지를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입 안 속 황홀한 포도의 잔향은 금세 차오르는 옅은 숨에 떠밀려 사라지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며 의식이 붕 뜹니다.
취한 것과는 달리 점차 주변의 모든 상황이 빠르게 인식됩니다.
당신의 몸은 인간의 기준으로부터 차차 벗어나갑니다.
밖에는 흔히 지저귀는 새 한 마리 조차 없으며 이 방 바깥의 복도에도 지나다니는 이가 없고 당신의 곁에는 들뜬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괴물이 한 마리 있습니다.
아아, 깨닫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삶이 순식간에 어그러졌다는 것을요.
마침내 흐릿했던 시야까지 차차 빛을 다시 담아냅니다.
그리고, 괴물로서의 당신의 시야에 가장 처음 보이는 것은… 딜런입니다.
언제 쓰러졌었죠? 당신의 몸이 침대에 뉘여 있습니다.
열린 창 밖으로 새벽달이 보이고, 차가운 바람이 뜨거운 몸에 와닿습니다.
몸이 기이하리만치 가볍고, 시야가 선명하군요.
아주 작은 이질감조차 커다랗게 다가옵니다. 이런 것이 괴물인가요?
당신의 옆에 걸터앉아 있던 괴물이 차가운 손을 들어 당신의 목가에 올립니다.
타오를 것 처럼 뜨겁던 몸이 그에게 닿아 점차 식어갑니다.
딜런 베드포트:...동족이 된 걸 축하해. (인간의 생으로서 이어진 연은 모두 끊어버리고, 이제는 불멸만이 남았다. 그게 정말로 기쁘다. 이런 희열을 느낄 수만 있다면 제 자존심은 물론이고 무한한 목숨마저도 바칠 수 있다. 무료한 삶을 끊어내는 것이라면!)
네가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둘게. (첫사랑에 빠진 청년처럼 눈을 휜다.) 그러니 한 마디만 해줘. 함께하겠다고.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그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을 더듬는 온순하지 못한 눈길이 보이지 않나요?
당신은, 이 비틀린 애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작정인가요?
라엘 메이어스:... (길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본다. 동족이 된 순간 가장 확실한 무기를 쥐었다는 사실또한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렇다는건, 언제든 나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망쳐버린 괴물의 숨통을 가장 미련한 방식으로 끊어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급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권력을 쥐었으니. 이 괴물이 쏟아내는 사랑을 조금 더 음미해보기로 한다. 불멸또한 예술이 될 수 있을까.) 그래. 함께해주지. 기꺼이 네 보잘 것 없는 선물을 받아준 내게 너의 영원을 바쳐봐. 내 발 아래 엎드려 입을 맞추다보면 내가 알아줄지도 모르잖아, 사랑이라는 거.
이 비틀린 애정 앞에서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순응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의 대답에 괴물은 익숙한 것이 역겹게 느껴질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당신은 딜런과 불멸의 삶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장점을 늘어놓는다면 끝도 없을 것이죠. 이제 그가 벌여놓은 일들이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이미 당신은 괴물이 되어버렸고. 그래요, 괴물이 된 당신에게 이제 정말로 곁에 있어줄 이는 그 헛소리대로 같은 괴물뿐인 것을요.
이 몸도 결국에 하나의 생명체로써, 인간일 적과 동일한 온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달콤한 꽃의 향이 코를 간지럽히고, 당신의 대답에 만족한 그는 환희가 눈에 그득합니다.
아, 이 비틀린 애정은. 앞으로도 존속됩니다.
기이하게도 얼굴이 알아보지도 못할만큼 뭉개졌다고 하던데, 그게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요.
소문에 의하면 최근 딜런 베드포트가 방 안에 감싸돌고 있는 불명의 사람이 하나 있다는데...
귀족계에서 이런 일은 흔하니, 특별히 회자될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인간임에도 괴물이라고 알려졌던 당신은 공식적으로 사망처리 되었습니다만, 딜런처럼 다른 신분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습니다.
END